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백악관을 떠나며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긴 편지가 3일 공개됐다. <시엔엔>(CNN) 방송이 공개한 이 편지에는 임기 8년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소중한 조언이 담겨 있다.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은 백악관의 오랜 전통이지만 이렇게 빨리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에이피>(AP) 통신은 “2009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2001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쓴 편지도 올해 초 공개됐다”고 설명했다.
편지는 “놀라운 승리를 축하한다”며 “수백만명이 당신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당적과 상관없이 당신의 재임 기간 동안 번영과 안전이 함께하길 빈다”는 인사말로 시작된다. 그리고 재임 기간 중 느낀 것을 토대로 한 네 가지 조언을 담담하게 전했다. 먼저 “열심히 일하는 아이들과 가족에게 ‘성공의 사다리’를 놔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라”고 적었다. 모두 다른 방식으로 축복을 받았고, 모두가 운이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하려는 뜻을 가진 이에게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1월20일 취임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취재진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왼쪽)와 멜라니아 트럼프(왼쪽 둘째)도 서로 다정하게 허리를 감싸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또 국제사회에서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언급하면서 “냉전 종식 후 국제 질서를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은 우리의 태도와 모범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 사무실의 임시 거주자”라며 “선조들이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의 전통을 수호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제도를 지켜내는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일과 책임감으로 힘든 시기에도 친구,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지켜내라”고 조언했다.
편지 끝에는 “나와 내 아내 미셸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언제든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행운과 성공을 기원한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 이니셜인 ‘BO’라는 사인도 남겼다.
<시엔엔>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편지를 누군가에게 보여줬고, 그 측근을 통해 편지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2일 백악관 고위 참모 취임 행사 연설 당시 흰색 편지 봉투를 내보이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남긴 아름다운 편지”라고 언급했으나 내용은 함구해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 때의 백악관 수석고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트위터에 이 편지 내용을 언급하며 “현명하고 설득력 있는 충고다. 현 대통령이 이를 얼마나 완전히 무시했는지, 슬프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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