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각) 카리브해에 최고 등급 허리케인 어마가 상륙해 이 일대 섬들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프랑스령 생마르탱이 물에 잠긴 모습. 생마르탱에 있는 건물 95%가 파괴됐다. 생마르탱/AFP 연합뉴스
‘카테고리 5’ 최고 등급 허리케인 ‘어마’가 상륙한 카리브해 북동부가 폐허로 변했다. 이 일대 섬에서 6일 밤 현재까지 7명이 숨졌고, 프랑스령 생마르탱 등에서는 건물 95%가 파괴됐다. <뉴욕 타임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당국자들이 “진짜 인명·재산 피해를 추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들은 7일 역대 최고 수준으로 강력한 허리케인인 어마가 들이닥친 카리브해 섬들의 피해 상황을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를 보면, 어마는 1935년 미국 플로리다키스제도에서 4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과 동급이다. <에이피>(AP) 통신은 위성 관측이 이뤄진 지난 40년간 어마보다 강력한 폭풍은 2013년 필리핀을 강타해 6000명을 숨지게 한 ‘하이옌’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어마는 주말께 플로리다주에 상륙하리라 예상돼, 최근 허리케인 ‘하비’로 큰 피해를 입은 미국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유엔은 어마로 인해 3700만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리브해 리워드제도에 있는 섬들을 강타한 어마는 시속 295㎞로 이동하며 엄청난 폭우를 뿌리고 있다고 전했다. 어마가 처음으로 강타한 앤티가 바부다에서는 어린이 1명이 숨졌고, 95%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다고 개스턴 브라운 총리가 전했다. 생마르탱에서는 6명이 숨지고 공항 등 섬 전체가 초토화됐다. 생마르탱 지역 최고위 당국자인 다니엘 기브스는 “엄청난 재앙이다. 섬의 95%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단전과 단수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전화 등 통신도 끊겼다. 프랑스 정부가 음식과 식수를 실어나르고 있으나 구조대가 피해 지역에 접근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생마르탱에서 네덜란드가 분점하고 있는 지역(신트마르턴)과 인근 생바르텔레미 역시 비슷한 수준의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주민들은 소셜미디어에 현지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 소식을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를 토대로 시계가 ‘제로’에 가까운 가운데 건물 지붕과 잔해들이 날아다니고, 나무와 전신주가 쓰러지고, 도로를 집어삼킨 물 위로 차량들이 떠다닌다고 전했다. 생마르탱의 웨스틴 리조트에 갇힌 영국인 앨릭스 울폴은 트위터에 “이건 내가 절대 보고 싶지 않은 영화 같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가 36시간 통행금지를 발동하고 푸에르토리코도 비상사태를 선언한 가운데, 이번 주말께 미국 본토에도 어마가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엔엔>(CNN) 방송은 10일께 플로리다 동쪽 연안을 지날 것으로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어마는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에서 훌륭하게 대처했던 것처럼 대응팀이 이미 플로리다에서 준비하고 있다. 정말 쉴 틈이 없다”고 밝혔다.
플로리다반도 남쪽의 플로리다키스제도에는 주민과 관광객 대피령이 내려졌다. 플로리다를 오가는 항공기 일부가 이미 연착했고, 플로리다주 올랜도 국제공항은 9일 오후 5시부터 민항기 운항이 중단된다. 허리케인 하비로 텍사스주 휴스턴이 큰 피해를 입은 직후인 탓인지 플로리다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폭풍해일이 여러분의 집을 덮칠 수 있다. 집은 다시 지을 수 있지만 가족을 다시 지을 수는 없다”며 대피명령에 귀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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