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의 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부채 상한선 인상 등을 놓고 민주당과 협력하자, 공화당 쪽에서는 경악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 상원은 6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쪽이 합의한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선 인상을 80 대 17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선을 올려 12월8일까지 그 상한선에 맞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했다. 이 법안은 하원으로 넘어가는데, 하원 내에서 재정 문제에 강경한 공화당 보수파들은 당혹감을 표현하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연방정부 부채 상한 인상은 빌 클린턴 행정부 이래 워싱턴의 단골 정쟁거리다. 연방정부는 균형 재정을 위해 부채 상한선을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한선은 꾸준히 지켜지지 못해서, 행정부와 의회는 이를 올리는 작업을 거의 매해 해왔다.
‘작은 정부’와 정부 지출 축소를 강조하는 공화당 쪽은 상한선 인상 조건으로 지출 축소를 요구해왔다. 반면 민주당은 지출 축소를 반대해왔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연방정부가 일시 폐쇄되기도 했다.
공화당 쪽은 이번에 부채 상한선 인상 기한을 18개월로 연장하는 전략이었다. 내년 중간선거 때까지 이 문제로 민주당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민주당 쪽은 3개월 연장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양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민주당 쪽 제안을 전격 수용해버렸다. 취임 이후 민주당 쪽 제안을 수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으나,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에 대처하는 긴급구호 대책도 걸려 있어서 타협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과의 협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그는 7일 트위터에 “몇년 동안 사람들은 부채 상한선 폐지를 말해왔고, 그래야 할 좋은 이유들이 많다”고 밝혔다. 또 자신이 6개월 뒤에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비합법 입국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다카)과 관련해 민주당 쪽 우려도 수용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6개월 동안 자신의 지위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아무런 조처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혀, 추방 등의 조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의 부탁에 따른 것이다. 향후 의회 입법 과정에서 다카 프로그램 대상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민주당 쪽에 협력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과 손잡은 것은 오바마케어 폐지 등의 문제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은 공화당에 대한 보복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공화당 쪽에서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 주류뿐 아니라 하원 내 강경 보수 의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회의가 심화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