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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브라질 금광업자들, ‘미접촉’ 원주민 집단 살해”

등록 2017-09-12 14:36수정 2017-09-13 11:27

“아마존 미접촉 부족 10여명 살해” 신고
“금광 탐사가들이 자랑처럼 떠들어”
정부의 원주민 보호 부실화도 비판
피사로(16세기 잉카제국 정복자)의 후예들인가? 브라질의 아마존 밀림에서 금 채굴업자들이 ‘미접촉’ 원주민들을 집단 살해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에이피>(AP) 통신은 금광 탐사에 나선 이들이 지난달 원주민 10여명을 학살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브라질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수사를 촉구해온 원주민 담당 정부기관 ‘인디오 재단’은 검찰이 몇몇 업자들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사건 발생지로 지목된 곳은 세계에서 미접촉 부족 수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브라질~페루 국경 근처 자바리 계곡이다. 브라질의 103개 미접촉 부족 가운데 20여개 부족이 이곳에 산다. 빽빽한 우림 지대로 사람이 살기 매우 힘들지만 침입도 쉽지 않아 ‘문명의 침탈’로부터 안전한 지역으로 간주돼왔다.

인디오 재단은 학살자들이 콜롬비아와의 국경 근처 술집에서 자신들의 행위를 자랑처럼 떠든 게 단서가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금광 탐사 도중 강가에서 알을 수집하던 원주민들과 조우했고, 10여명을 살해한 뒤 주검을 토막내 강에 던졌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주민들한테 빼앗은 노도 내보이면서 자랑했다고 한다. 인디오 재단 관계자는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와 단절된 이들이 당한 사건이라 조사가 쉽지 않다. 사건을 맡은 검사는 “조사를 하고 있지만 지역이 넓은 데다 접근이 쉽지 않다”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또 “원주민 담당 기관조차 미접촉 부족들에 대해 정보가 부족하다. 어려운 문제라서, 모든 정부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2월에도 같은 지역에서 원주민 살해 사건이 발생해 수사가 진행중이라며 “이 지역에서 우리한테 이런 사건이 접수된 첫번째 경우”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광산과 농지 개발 업자들이 원주민, 지역 주민,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탄압하는 사건이 이어진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이런 사건으로 50명 이상 살해된 것으로 추산된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개발업자들 편을 노골적으로 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테메르 대통령은 최근 아마존 밀림의 광대한 보호지역에 대한 광산 채굴을 허용하려고 했다가 법원에서 이를 중단시키는 판결을 받았다. 테메르 대통령은 원주민 관련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이에 따라 벌목업자들이나 광산업자들한테서 원주민들을 보호하면서 원주민들과 소통하는 인디언 재단의 지역 시설 19곳 중 5곳이 문을 닫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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