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현 상원의원)과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 상원의원이 몬테비데오에서 의원총회에 참석해있다. 이날 우루과이 상·하원 총회에선 사퇴한 라울 센딕 전 부통령 대신 토폴란스키를 첫 여성 부통령으로 선임했다. 몬테비데오/EPA 연합뉴스
우루과이 군사독재 시절 ‘무장반군’ 장기수였고 출소 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의 아내였던 루시아 토폴란스키(72) 상원의원이 이 나라 최초의 여성 부통령에 올랐다.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 등 외신은 14일 우루과이 상·하원이 총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호세 무히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토폴란스키 상원의원(중도좌파연합 광역전선)을 부통령으로 선임하고 취임식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토폴란스키는 상·하원 총회 의장도 겸임한다. 전임자인 라울 센딕 전 부통령은 2008~2013 국영 석유기업 안카프 사장으로 재직할 때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부통직을 내려놨다.
토폴란스키는 상류층 출신이었으나 좌파 게릴라 활동을 하려고 특권을 버렸다. 1960~70년대 우루과이의 유명 도시 게릴라 단체인 투파마로스 운동에 연루돼 투옥됐다. 토폴란스키는 반군 시절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반군 안에서 최고 저격수였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토폴란스키는 1971년 여성교도소를 탈옥한 정치수 38명 중 한명이기도 하다. 당시 45분간 하수도를 기어나와 외부에서 게릴라 동료가 파놓은 안전가옥으로 탈옥했다는 전설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하지만 몇달 뒤 체포돼 수년간 독방에 갇혔다.
무장 반군이었던 부부는 대중 정치인으로 부름을 받았다. 2010년 2월 토폴란스키는 상원의원이 됐고, 남편 호세 무히카는 그 다음달 대통령에 취임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전 재산으로 3만7500페소(약 230만원) 짜리 1987년식 중고 폴크스바겐 비틀 자동차 한 대를 신고했다. 무히카는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토폴란스키 소유 전원주택에서 화초를 키워 생계를 유지했다. 취임 뒤에도 월급의 약 70%를 소속 정당 등에 기부하는 등 무소유를 실천해 세계적으로 존경받았다.
무히카 부부는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토폴란스키가 부통령이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루과이 헌법은 부통령 유고시 여당 소속 상원의원 가운데 총선에서 최다 득표한 의원이 부통령직을 승계하도록 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무히카 전 대통령이 1순위이지만 정·부통령 재출마 금지 규정 탓에 2위 득표를 한 토폴란스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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