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각) 취임 뒤 첫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불량국가’, ‘범죄자 집단’, ‘완전 파괴’, ‘타락한 정권’ 등으로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 미국 안팎에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은 뒷수습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 뒤에 한 유엔 총회 연설에서 “긴장 고조를 거부한다. 북한과 어떤 대화의 문도 닫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치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도 “지도를 봐라. 군사옵션을 얘기하려면 (예상되는) 많은 희생자에 대해서도 얘기해야 한다. 이 지역에서 해야 하는 일은 평화 건설”이라고 강조했다.
팔짱을 낀 채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지켜봤던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도 <비비시>(BBC) 방송에 “잘못된 시간에, 잘못 선택한 청중들을 대상으로 한 잘못된 연설”이라고 꼬집었다. 북한과 함께 ‘불량국가’로 꼽힌 이란의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한 ‘헤이트 스피치’는 중세시대에나 맞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자면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을 지칭)이라는 표현을 피하라는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 지도자가 변덕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종류의 표현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의원도 성명을 내어 “선동적이고 무책임한 협박은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지 못할뿐더러 우리 동맹국들을 결집시킬 수 없으며 국제적 리더십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안팎의 외신도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대통령의 말이 정치인보다는 깡패 두목(mob boss)에 더 가깝게 들린 연설”이라며 자국 대통령을 영화 <언터처블> 속 알 카포네 역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에 비유했다. 영국 <가디언>은 “협박과 눈길을 끌려는 행위는 정책이 아니라 엄포(bluster)에 불과하다”며 국제 규범과 관례를 무시한 연설을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의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세지자 참모들은 파장을 줄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대북 군사옵션이 있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대통령 연설의 핵심을 묻는 이날 질문엔 “국제적 과정을 통해 북한 상황을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까지 끄집어내며 “미국 대통령들은 위협을 억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물타기를 시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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