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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멕시코 지진의 희망’ 12살 소녀는 없었다

등록 2017-09-22 11:52수정 2017-09-22 20:50

건물 잔해 속 생존자 소녀 ‘가짜 뉴스’
당국 “해당 학생에 대한 정보 없다”
멕시코인들 격분…온라인상에 분노 표출
규모 7.1의 강진으로 200명 넘게 희생된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20일 시민들이 실종자들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다. 멕시코시티/AFP 연합뉴스
규모 7.1의 강진으로 200명 넘게 희생된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20일 시민들이 실종자들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여다보고 있다. 멕시코시티/AFP 연합뉴스
지난 19일 규모 7.1의 강진으로 초토화된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의 코아파구 엔리케 레브사멘 초등학교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학교 건물 일부가 무너져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현지 언론은 기적적으로 생존해 잔해 사이로 손가락을 내밀었다는 12살 소녀 프리다 소피아의 소식을 앞다퉈 전했다. 각국 외신도 비중 있게 보도하며 “구조가 임박했다”고 했다. 구조대원들이 열감지 카메라와 고성능 마이크를 이용해 생존 신호를 찾았고, 소피아에게 플라스틱 튜브로 우유를 먹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소피아는 그렇게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그런데 이 학교엔 프리다 소피아란 학생이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가디언>은 21일 엔리케 사르미엔토 멕시코 해군 차관보가 “소피아라는 학생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학생들의 생사는 모두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현장에도 소피아의 가족이 나타나지 않았고, 교직원이나 학생 중에도 소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사르미엔토 차관보는 “사망자 몇 명이 잔해 속에서 발견됐고, 시신 모습을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생각한 구조대원이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 두 명이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내 이름은 소피아”라고 말하는 매우 여린 목소리를 들었고 노크로 생사를 확인했다는 증언도 나왔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이 학교에선 어린이 19명과 성인 6명 등 25명이 사망했다.

한 구조대원이 21일 멕시코시티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한 구조대원이 21일 멕시코시티에서 생존자를 찾기 위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희망은 분노로 바뀌었다. 멕시코 시민들은 이 가짜 뉴스에 격분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가짜뉴스’(#Fakenews)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당국과 이런 내용을 중계한 방송사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텔레비사> 방송의 앵커 카를로스 로레트데몰라는 트위터에 “정부는 소녀가 있다고 말했고, 곧 구조할 것이라 했다. 그런데 이제 이야기가 바뀌었다. 너무 충격적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진 뒤 3일째 이어진 구조 작업에선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72시간 골든타임과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직접 키우는 개를 데리고 나와 생존 신호를 감지하도록 하거나, 손수레에 건물 잔해를 담아 옮기는 등 작은 힘을 모으고 있다. 인구가 2100만명이 넘는 멕시코시티와 진앙 가까운 곳에 위치한 푸에블라주에서 희생자가 많이 나온 가운데 현재까지 사망자는 273명, 부상자는 2천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여전히 멕시코시티에서만 200명이 넘는 실종자가 있다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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