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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김현종 “한-미 FTA 폐기 위협 실제적…미, 지렛대로 계속 쓸 듯”

등록 2017-09-28 15:47수정 2017-09-28 21:46

정치권·업계인사 등 만난 뒤 워싱턴서 기자간담회
“효과분석-개정협상 병행 가능…미, 이행상황 불만”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인도 CEPA 공동위원회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3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인도 CEPA 공동위원회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7일(현지시각)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해 있다”고 밝혔다.

김현종 본부장은 지난 18일부터 워싱턴에 머물며 미국 정치권 및 업계 인사들을 만난 뒤 이날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전하며 “미국 쪽이 폐기 위협을 지속적으로 지렛대로 쓸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국과 미국은 다음달 4일 워싱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2차 특별회기를 연다.

앞서,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는 외신 보도로 논란이 불거진 뒤 백악관이 “당분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면서 ‘폐기’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김 본부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 쪽의 ‘협정 폐기 카드’가 완전히 폐기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김 본부장은 미국 쪽의 폐기 위협을 ‘블러핑’(엄포)이 아니라 실질적 위협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백악관과 20명이 넘는 상·하원 의원들, 업계 인사들이 일관되게 똑같은 메시지를 내는 것을 보면 블러핑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블러핑이 아니어도 협상 준비가 돼 있고,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본부장은 이달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 폐기가 임박했다고 보도한 미국 언론 기사를 언급하며 “이번에 상원의원 6명을 미리 만나서 확인해본 결과, ‘폐기를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까지 다 작성이 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우리 쪽이 제안한 ‘양국 간 공동 조사·분석·평가 선행’에 미국이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효과 분석과 개정 협상은 병행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미국 쪽이 한국의 제안을 협상 지연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개정·수정 협상에 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본부장은 “미국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행”이라며 “비준 당시 서명한 협정의 이행이 제대로 다 안됐다는 것에 불만이 컸다”며 “그런 것에 대해서는 (한-미가 이미) 51번 회의를 했고 우리 의무이니까 이행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안보 문제와 맞물린 자유무역 협상 전략을 묻자 “안보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미국이 더 양보를 많이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미 관계는 한국에도 중요하지만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미국 쪽은 △협정 폐기 위협 △불충분한 이행 △당국의 환율 개입 문제 세 가지를 수단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4일 열리는 2차 회기에서 양국은 향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의제 선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조계완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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