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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50년 지나도 꺼지지않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삶

등록 2017-09-28 15:54수정 2017-09-28 21:23

50주기 맞아 세계적 추모열기
볼리비아 내달 닷새간 기념식
일본·쿠바·프랑스선 영화·다큐
미국은 50년 전처럼 경계심
1967년 10월9일, 볼리비아 동남부 시골 마을 라이게라의 허물어져가는 학교 건물에서 9발의 총성이 울렸다. 옷은 너덜너덜하고 머리카락은 엉킬 대로 엉킨 초췌한 모습의 사내가 절명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장 폴 사르트르), “총을 든 예수”로 불린 체 게바라의 최후였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은 혁명가이자 그만큼 뜨거운 휴머니스트였던 게바라의 39년의 짧은 삶이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흐른 지금 세계적 추모 열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는 혁명은 불멸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지만 그 자신의 명성이야말로 불멸이 됐다.

게바라가 불과 16명의 게릴라를 이끌고 마지막 싸움을 벌이다 처형당한 볼리비아에서는 새달 5~9일 성대한 50주기 기념행사가 개최된다. 기념 누리집을 개설한 볼리비아 정부는 게바라가 처형당한 라이게라 마을과 그의 주검이 전시되고 불태워진 바예그란데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 국내외에서 2만여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쿠바에 사는 큰딸 알레이다를 비롯한 네 자녀와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부통령도 참석한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번 행사가 “라틴아메리카 반자본주의 운동” 차원의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바라가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혁명을 성공시킨 쿠바에서는 지난달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념 페스티벌이 열렸다.

볼리비아군이 게바라를 처형하고 이튿날 주검을 외신에 공개하고 있다.
볼리비아군이 게바라를 처형하고 이튿날 주검을 외신에 공개하고 있다.
게바라의 인기는 추모 분위기를 라틴아메리카로 국한시키지 않는다. 일본과 쿠바에서는 게바라와 함께 활동한 프레디 우르타도 마에무라를 오다기리 조가 연기한 <에르네스토>가 게바라의 50주기를 기념해 개봉한다. 게바라처럼 의학도였던 마에무라는 일본계 볼리비아인이다. 쿠바에 공부하러 갔다가 만난 게바라한테 감화된 뒤 그와 함께 볼리비아에서 게릴라 활동을 하다 같은 해에 붙잡혀 25살에 생을 마감했다. 프랑스의 <채널 프랑스5>는 새달 8일 ‘체 게바라, 신화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다큐를 만든 탕크레드 라모네 감독은 자본주의가 게바라를 상업적 목적으로 ‘도용’하고 있다며, 이것에 맞서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체 게바라 연표 * 누르면 확대됩니다.
라모네 감독의 지적처럼 게바라는 혁명적 메시지는 생략된 채 ‘소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50년 전 카스트로와 함께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최우선적 제거 대상이었던 그에 대한 경계감은 아직도 남아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군이 ‘게바라 티셔츠’를 입고 기념촬영을 한 육군 소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 소위가 지난 5월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때 제복 안에 게바라의 얼굴을 새긴 티셔츠를 입거나 모자에 “공산주의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쓴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최근 트위터에 올라왔다. 이달 초에는 쿠바 망명자들이 많이 사는 미국 마이애미의 국제공항에 게바라의 대형 포스터가 걸렸다가 몇 시간 만에 철거되는 소동도 일었다. 미국 주재 아일랜드대사관이 ‘라틴아메리카의 아일랜드인들’이라는 제목으로 인물 포스터들을 전시하면서 아일랜드계인 게바라를 포함시킨 것이다. 역시 사후 50년이 되도록 여전한 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일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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