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SNS)와 언론이 자신을 노골적으로 반대했다고 폄하하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이에 반박하면서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 “페이스북은 언제나 반트럼프였다. 네트워크들은 언제나 반트럼프였다. 가짜뉴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도 반트럼프였다. 공모한 건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러나 국민들은 친트럼프였다. 우리는 9개월 만에 이전 대통령이 해내지 못한 것을 해냈고 경제 호황을 이뤄냈다”고 자화자찬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즉각 반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페이스북이 자신에게 반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진보 진영에선 우리가 트럼프를 도왔다고 한다. 양쪽 모두 그들이 좋아하지 않는 생각과 콘텐츠에 격분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지난 선거에서 후보자가 팔로어들과 직접 소통하도록 도왔고 사람들을 투표하도록 독려했다”며 “앞으로도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국가적 시도를 막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상원의 조사에 페이스북 쪽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지난 6일 러시아 정부와 관련이 있는 업체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가 미국 대선 기간 중 트럼프 후보와 상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직접 거론하거나, 미국 사회의 첨예한 이슈가 담긴 광고 3000여건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10만달러(약 1억1500만원) 이상이 투입됐다. <시엔엔>(CNN) 방송은 이날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등 인권운동을 언급하면서 교묘하게 인종 갈등을 부추긴 사실까지 추가로 보도했다. 상원 정보위원회는 페이스북 쪽에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트위터와 함께 오는 11월1일로 예정된 청문회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페이스북에 가짜 뉴스를 퍼트렸던 폴 호너(38)가 지난 18일 애리조나 러빈에 있는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에이피>(AP) 통신은 “호너가 침대에 누운 채로 숨졌다”며 “타살 흔적은 없으며 약물 과다 복용이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내 덕분에 백악관에 들어갔다”며 가짜 뉴스가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