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으로 전 지역이 폐허가 된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의 카르멘 율린 크루즈 시장이 29일 <시엔엔>(CNN)에 출연해 재난 구조를 절박하게 요청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요청을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하고는 그가 민주당의 말에 따라 자신에게 못되게 굴고 있다는 비판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 재난 구조를 요청한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 시장 에 대해 ‘형편없는 지도력’을 보인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재난의 상처를 치유하는 게 아니라 덧나게 한다는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위터에 “며칠 전만 해도 아주 감사해하던 산후안 시장이 지금 트럼프에게는 못되게 굴어야 한다는 민주당의 말을 듣고 있다. 산후안 시장 등 푸에르토리코의 형편없는 지도력으로는 자신들의 일꾼들을 돕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공동체가 노력해야 할 때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해주기를 바란다. 1만명의 연방 대원들이 지금 푸에르토리코에서 훌룡하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이 트위트는 전날 푸에르토리코의 수도인 산후안의 카르멘 율린 크루즈 시장의 절박한 도움 요청을 비난한 것이다. 크루즈 시장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기서 죽어가고 있다. 에스오에스(S.O.S). 누구라도 우리 말을 듣는다면, 트럼프가 우리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우리를 도와달라. 우리는 죽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국 대통령에게, 우리 목숨을 구하는 임무를 맡는 누군가를 임명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제 예의를 차리기를,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기를 다 했다. 지옥처럼 미쳤다”며 자신과 푸에르토리코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신이나 연방정부가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비판으로 간주하고 트위터에 막말을 쏟아부은 것이다.
푸에르토리코는 허리케인 ‘어마’와 ‘마리아’에 강타당해 전 지역의 전력이 끊기고, 인구 340만명의 절반이 식수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크루즈 시장도 집이 부서져 대피소에서 살고 있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주택의 90%에 피해를 입었고, 전력 공급 중단은 6~8개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계속적인 기상 악화도 심각한 문제다. 강력한 허리케인이 푸에토리코의 동부 지역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에도 트위터에 “산후안 시장의 불평보다는 복구 노력들의 결과가 더 크게 말해질 것이다. 우리는 푸에르토리코의 위대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했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대통령이 재난에 신음하는 자신들을 경멸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크루즈 시장은 자신은 민주당원이 아니라고 밝히며 “트럼프는 잘 돌아가지 않는 사태를 변명할 구실을 찾고 있다”며 “나는 자잘한 정쟁이나 여기 상황에 도움을 주지 않는 언급을 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카리브해 섬인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으로 미국 의회 등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투표권이 없다. 이 때문에 역시 허리케인 피해를 입은 휴스턴에 비해 연방정부의 지원과 대처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에서 보낸 구호품 컨테이너 수천개가 아직 산후안 항구에서 배급되지 못한 채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호 인력이 부족한 데다, 도로가 끊기고 연료가 부족해 보급품을 나눠주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