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밤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베이 호텔에서 한 총격범이 호텔 앞 콘서트장에 모인 관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최소 58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다치는 미 역사상 최악의 총격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은 참사 후 한 구조대원이 손수레로 부상자를 옮기는 모습. 라스베이거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오후 10시8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리조트 앤 카지노’ 호텔 쪽에서 불빛과 함께 총성이 울렸다. 호텔 길 건너편 공터에서 열린 ‘루트 91 하베스트 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했던 2만2천여명의 관중들은 어디선가 ‘폭죽 놀이’를 하는 것쯤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그 총성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었음을 알아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총격범 스티븐 패독(64)은 호텔 32층에서 관중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공연 막바지 컨트리 뮤지션 제이슨 알딘의 곡이 연주되고 있을 때였다. 패덕은 반자동 소총에 두 가지 장치를 추가로 부착해 완전 자동 소총 화력을 발휘하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 화기는 ‘총기 휴대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총격은 10~15분 동안 이어졌다. 축제의 장은 살육의 장으로 변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사망자가 최소 59명, 부상자가 527명에 이른다. 2007년 버지니아텍 총격 사건(사망자 32명)이나 지난해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사망자 49명)보다 희생자가 더 많은 역대 최악의 총기 사건이다.
외신들이 전하는 콘서트 참석자들의 목격담은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콘서트에 참가했던 테일러 벤즈는 <시엔엔>(CNN) 방송에 “바로 몇미터 앞에서 목에 총상을 입은 사람을 봤다”며 “사람들이 파리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벤즈는 “최소한 200~300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전했다.
1일 저녁(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2일 새벽 현재 최소 20여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당한 가운데, 시민들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AFP 연합뉴스
현장에 있던 킴벌리 치코트도 “총격이 계속 이어졌다. 남편과 함께 무조건 뛰었다”며 “여기 저기 지갑과 신발들이 나뒹굴었다. 주검과 피로 얼룩졌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코디악 야지(36)도 “내가 태어나서 본 것 중 가장 미친 장면이었다”며 “첫 총격이 시작되고 음악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됐지만 두번째 총성이 들리면서 연주자들도 무대에서 달아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케빈 데일리(58)는 “모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었다”며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왔고, 그 사람들은 울면서 ‘거리에 움직이는 총잡이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달아난 관중들은 인근 카지노나 승용차 안으로 몸을 피했으며 총격 현장에서 빠져 나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곳곳에서 비명과 울음이 터져나왔다. 사상자들은 네바다주 남부의 5개 지역으로 분산 후송됐다.
패덕은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자살했다. 호텔 방에선 17정 이상의 총기류가 발견됐다. 패덕은 교통법규 위반 외에는 별다른 범죄경력이 전혀 없는 ‘평범한’ 은퇴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일요일 밤의 살육’ 동기를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