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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 중국 당대회 다음날 인도 치켜세우며 중국 때리기

등록 2017-10-19 15:37수정 2017-10-19 21:47

틸러슨 국무, 포괄적 ‘인도-태평양 전략’ 밝혀
중국 라이벌 인도에 “동쪽과 서쪽의 등불되자”
“중국, 비민주적 사회”…가치 기준 내세워 비판
중국의 신흥국 인프라 투자 비판 “대안 모색중”
“미-일-인도 군협력 강화…호주도 초청 여지있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8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대중국 전략 등을 밝힌 뒤 질문에 대한 응답을 마치고 떠나면서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8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대중국 전략 등을 밝힌 뒤 질문에 대한 응답을 마치고 떠나면서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의 19차 당대회 개막 다음날 중국을 겨낭해 날을 세웠다. 틸러슨 장관이 다음주 순방할 예정인 인도에 대한 ‘러브 레터’ 성격을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달 초 중국 등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미국 행정부가 대중국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것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18일(현지시각)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다음 세기 인도와의 관계정립’ 주제의 강연과 질의 응답을 통해 외교·안보·경제 등 전 분야에 걸친 ‘대중국 전략’을 공개했다. 내용의 방대함에 견줘보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지난 2011년 11월 하와이 동서센터에서 ‘미국의 아시아 세기’ 연설을 통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천명한 것과 엇비슷하다.

우선, 틸러슨 장관은 “세계 무게 중심이 인도-태평양의 한가운데로 이동하고 있다”며 “평화와 안보, 항행의 자유, 자유롭고 공개적인 사회구조를 공유한 미국과 인도가 인도-태평양 동쪽과 서쪽의 등불로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전통적으로 경쟁관계인 인도를 치켜세우는 방식으로 중국을 우회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틸러슨 장관이 민주주의 등 이른바 ‘가치 공유’를 미국과의 협력 잣대로 들이댄 것은 중국에 상당히 부담되는 대목이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중국과 중요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비민주적 사회로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와 맺고 있는 것과 똑같은 관계를 가질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틸러슨 장관의 이런 기조는 미국 공화당 내 대중국 강경파들의 입장과 상당히 흡사하다. 이들은 중국이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과의 협력적 관계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클린턴 전 장관이 사용했던 ‘태평양 세기’라는 용어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도-태평양’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인도-태평양 세기’ 혹은 ‘인도-태평양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 아시아 전략의 새 브랜드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티피) 탈퇴가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뒷받침하는 아이사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항할 새로운 금융기구도 구상하고 있음을 처음 밝혔다.

그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많은 신흥국이나 많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엄청난 사회간접자본 투자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이 이런 나라들에게 제공하는 금융 기제가 거대한 빚을 떠안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중국의 투자방식을 “약탈 경제”라고 규정한 뒤 “(해당 국가의) 일자리를 창출하지도 않으며 미래 성장을 지원하는 구조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대안적인 금융조달 구조 등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공개한 뒤 “지난 8월 동아시아정상회의의 장관급 회의에서 다른 국가들이 (중국으로부터) 경험하고 있는 것,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 등에 대해 조용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안보 문제와 관련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도발적인 행동들은 미국 및 인도가 지지하는 국제법 및 규범에 직접적인 도전”이라며 “중국이 이웃국가들의 자주권을 침해하며 미국과 동맹국들에 불이익을 가해도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그동안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도전”이나 “도발적인”이란 표현을 지금까지 거의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내보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핀이나 베트남 방문 과정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힐 수도 있어 보인다.

또한 틸러슨 장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일본-인도의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포함해 다른 국가들을 더 초청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일, 미-일-오스트레일리아, 미-인도-일본 등 주로 삼각협력 형태로 진행하던 연합군사훈련 등 군사협력의 범위를 더욱 확대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중국한테 더 큰 직접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밖에 틸러슨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지난달 인도 방문을 상기시키며 날짜는 밝히지 않은 채 “인도와의 첫 2+2회담(외교·국방 장관 회담)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에 대해 무인기 ‘가디언’ 판매 승인 등을 거론하면 “국방 유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인사가 북한·통상 등 현안을 넘어 이처럼 포괄적인 대 중국 전략과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틸러슨 장관의 이날 연설은 ‘중국과 반세기를 지속할 관계를 맺고 싶다’며 협력적 관계를 강조해온 그의 평소 기조와 달리 상당히 강경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의 한 고위 관료는 이날 <시엔엔>(CNN) 방송에 “이번 연설의 분명한 청취자는 중국”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든 나라가 틸러슨의 메시지를 가슴에 새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인도는 (미국에) 기회다. 틸러슨 장관이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국무부 당국자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중국에 대한 틸러슨 장관의 매우 비판적인 발언은 중국에 대해 거의 조울적 태도를 보여온 (트럼프 행정부의) 최신 버전”이라고 깎아내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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