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였으나 성폭력 폭로로 쫓겨난 빌 오라일리(68)가 같은 방송의 스타 여성 앵커였던 메긴 켈리(47)한테서 성폭력을 저지르고도 거짓말을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켈리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전 직장 상사를 난타했다.
2004년부터 <폭스뉴스>에서 일하다 올해 초 <엔비시>(NBC)로 옮긴 켈리는 이날 자신의 프로그램 ‘투데이’에서, 오라일리가 <폭스뉴스> 여성 출연자에게 성폭력 사건 합의금으로 3200만달러(약 361억원)를 줬다는 <뉴욕 타임스> 기사를 언급하며 그를 집중 공격했다. 켈리는 “입이 쩍 벌어지는 액수”라고 비꼬았다. 오라일리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15년간 출연한 여성 법률 분석가한테 성추행, 합의되지 않은 성관계, 포르노 영상 전송 행위와 관련해 올해 1월 거액의 합의금을 준 것으로 새로 드러났다. 당시 오라일리는 <폭스뉴스>와 거액의 재계약을 앞둔 시점이었다. 오라일리는 이번 건까지 합쳐 여성 6명에게 모두 4500만달러를 합의금으로 준 것으로 집계됐다. 켈리는 자신의 프로그램에 성폭력 문제로 오라일리와 합의한 전 <폭스뉴스> 앵커 쥴리엇 허디도 출연시켰다.
켈리는 또 오라일리가 여성들이 전에는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없다면서 자신이 음모의 희생양인 양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오라일리가 “틀린 말”을 하고 있다며 “나 자신이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에 (거짓말이라는 것을) 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자신이 <폭스뉴스> 경영진에게 오라일리의 행각에 대해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이메일에 “오라일리는 자신이 젊은 여성들을 욕하는 메시지가 어떤 것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썼다고 밝혔다. 또 회사에서 누구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오라일리의 주장에 대해, 그와 같은 사람의 권력 남용에 대해 털어놓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수백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하며 ‘미국 보수의 입’으로 불린 오라일리는 지난 4월 여러 건의 성폭력 사실이 드러나 퇴출당한 인물이다. <폭스뉴스>를 주요 매체로 성장시킨 그는 프로그램 고정 출연 등을 대가로 잠자리를 요구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최근 배역 제공을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한 사실 등이 폭로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과 비슷한 수법을 쓴 그는 피해 여성들과 거액의 합의를 한 것도 와인스틴과 닮았다.
켈리는 지난해 말 <폭스뉴스> 창립자 로저 에일스의 성폭력 문제를 담은 책을 낸 바 있다. 에일스도 회사를 떠났으며,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올해 5월 사망했다. 오라일리는 켈리의 책이 나왔을 때 그 내용에 관한 질문에 “관심 없다”고 반응했다.
켈리의 이번 ‘폭로’에 대해 오라일리는 역시 <폭스뉴스>의 간판급 진행자인 글렌 벡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켈리와 나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난 켈리의 경력에 대단한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은 정치적 목적으로 미국 시민인 나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누리집에 켈리가 보낸 감사 편지를 올렸다. 성폭력을 당했다며 <폭스뉴스> 창립자 에일스를 고소한 앵커 출신 그레첸 칼슨이 에일스에게 보낸 감사 편지도 공개했다. 칼슨은 “우리 진작에 한번 잤어야 하는데, 그래야 당신도 좋도 나도 좋을 텐데”라고 에일스가 발언한 것을 녹음해 폭로한 인물이다.
오라일리는 <폭스뉴스> 출신 여성들이 자신이나 에일스와 친하게 지내다가 뒤통수를 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칼슨은 트위터로 “감사 편지를 쓴 게 뭐 어쨌다는 거냐. 아무튼 (오라일리는 성폭력을 저질러) 3200만달러를 지급한 사람”이라고 응수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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