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지난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 등 3명을 전격 기소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 와중에 매너포트가 러시아 쪽과 얼마나 연루됐느냐는 의문과 함께 그의 옷 쇼핑을 둘러싼 미스터리도 제기됐다.
기소장을 보면, 매너포트는 뉴욕과 비버리힐스의 옷가게에서 2008~2014년 136만9655달러(약 15억원)를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이는 매너포트가 외국 은행 계좌를 숨겨 탈세를 했다고 한 대목에 나오는 내용이다. 매너포트는 7500만달러의 불법 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매너포트가 무슨 브랜드의 점포에서 무엇을 샀는지는 설명이 없어, 대체 옷을 사는 데 어떻게 그런 큰 돈을 썼는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기소장에는 단지 ‘점포 E: 뉴욕의 남성 옷가게’, ‘점포 H: 캘리포니아 비버리힐스의 옷가게’라는 식으로만 써있다.
매너포트는 2010년 11월 비버리힐스 옷가게에서는 한 번에 12만8280달러(약 1억4000만원)를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의 ‘점포 E’에서는 거의 90만달러를 소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별도로 입수한 자료에서 매너포트가 하나에 8500달러(약 950만원)인 스포츠 코트나 7500달러짜리 정장을 산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폴 매너포트(왼쪽)가 지난 30일 워싱턴 연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매너포트의 호사는 옷에서 그치지 않았다. 버니지아주의 골동품 직물가게에서 100만달러를 쓰고, 플로리다주의 ‘홈 오토메이션, 조명, 홈 엔터테인먼트’ 업체에는 130만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 타임스>는 매너포트가 거액을 버는 로비스트이기는 해도 남성 옷 브랜드의 가격을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지난 7월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버지니아주에 있는 그의 집을 압수수색할 때 고가의 옷이 즐비한 것을 발견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렇더라도 6년간 옷에 130만달러를 쓴 것은 계산이 잘 서지 않는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또 매너포트가 매우 비싼 옷을 걸치고도 멋져보이지는 않는다는 평가가 소셜미디어에 쏟아지는 것을 보면 그는 돈을 낭비한 게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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