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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뉴욕 핼러윈 테러 ‘졸업 30주년’ 여행온 아르헨 친구 5명 참변

등록 2017-11-01 17:27수정 2017-11-01 21:11

‘16년 만의 테러’ 범인은 우즈베크 출신 29살 남성
범행에 이용된 트럭에서 “IS 이름으로” 메모 발견
<워싱턴 포스트> “이민자·안보 논쟁 심화될 것”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벌어진 테러에 이용된 차량이 크게 찌그러진 채 도로에 서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31일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벌어진 테러에 이용된 차량이 크게 찌그러진 채 도로에 서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2001년 9월11일 최악의 테러를 겪은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이 16년 만에 또다시 테러 공격을 받아 8명이 사망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31일 오후 3시(현지시각)께 로어맨해튼 허드슨강 인근 자전거 도로(하우스턴가~체임버스가)에서 흰색 소형 트럭이 행인들을 들이받아 8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도 정교한 폭발장치 등이 필요 없는 ‘로 테크’(Low tech) 테러였다. 지난해 프랑스 니스와 독일 베를린, 올해 영국 런던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진, 차량을 이용한 ‘원시적 소프트 테러’가 맨해튼 도심에서 재연됐다.

하우스턴가에서 속도를 내기 시작한 트럭은 20블록 가까이 떨어진 체임버스가까지 내달리며 자전거를 탄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다 통학버스를 들이받고 멈췄다. 테러범은 뉴저지주에 사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세이풀로 사이포프(29)로 드러났다. 그는 공기총과 물감을 쏘는 페인트볼건 등 가짜 총기 2정을 들고 트럭을 빠져나오다 경찰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차에서 내리던 그는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고 외쳤다. 트럭에서는 “이슬람국가(IS)의 이름으로” 공격에 나선다는 메모가 발견됐다. <뉴욕 타임스>는 사이포프가 별도의 사건과 연계된 ‘요주의 인물’로 당국의 감시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공범이 드러나지 않고 있어 ‘자생적 테러리스트’(외로운 늑대)일 것이란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세이풀로 사이포프. 사진 출처: 세인트찰스 카운티 교정본부
세이풀로 사이포프. 사진 출처: 세인트찰스 카운티 교정본부
이번 사건은 미국 어린이들의 최대 축제일인 핼러윈데이에 발생했다. 맨해튼 한복판에서 화려한 분장을 한 가족 단위 시민들의 행렬이 예정돼 있던 터라 테러범이 이를 노렸다는 추측도 나왔다. 현장을 목격한 사이러스 마이노비(14)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라고 소리쳤는데, 처음에는 핼러윈데이 장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사망자 중 5명은 고등학교 졸업 30돌을 기념해 여행 온 아르헨티나 로사리오 출신 동창생들이다.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관광을 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로사리오에서 시작된 우정이 비극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벨기에 정부도 자국 시민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2010년 미국 오하이오주로 입국한 사이포프는 영주권(그린카드)을 소지한 합법적 이민자였다. 지인들은 그가 영어 구사는 미숙했지만 미국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고, 미국에 사는 것을 행운으로 여겼다고 했다. 2013년 같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출신의 노지마 오딜로바(23)와 결혼한 뒤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로 이주해 트럭 운전사로 일했고, 최근 뉴욕 인근 뉴저지주 패터슨으로 이사했다. 테러에 이용한 차량은 건축자재업체 홈디포의 뉴저지 지점에서 빌린 것이다. 그는 지난 6개월간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기사로 일하며 1400회 이상 운행했고, 우버의 신원조회도 무사히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트럭 테러가 발생한 뉴욕 허드슨강 인근 자전거 도로에서 경찰이 사상자를 수습하고 있다. 테러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보여주듯 자전거가 처참히 부서져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31일 트럭 테러가 발생한 뉴욕 허드슨강 인근 자전거 도로에서 경찰이 사상자를 수습하고 있다. 테러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보여주듯 자전거가 처참히 부서져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이번 테러는 9·11 테러가 발생한 세계무역센터와 불과 다섯 블록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미국 언론들은 뉴욕 시민들이 그때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시는 9·11 테러 장소에 세워진 원월드트레이드센터 외관에 이번 테러 희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빨강·하양·파랑 조명을 비췄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번 사건을 “무고한 민간인을 겨냥한 비겁한 공포 행위”라고 규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프고 정신 나간 사람이 벌인 또다른 공격으로 보인다”며 “중동이나 다른 곳에서 격파된 이슬람국가가 미국으로 돌아오거나 입국하게 허용해선 절대로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방금 국토안보부에 우리의 ‘극단적 심사 프로그램’을 더 강화하라고 명령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도 좋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우즈베키스탄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해온 반이민 행정명령의 대상국이 아니었다”며 “이번 테러가 이민자와 안보에 대한 정치 논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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