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3년 모스크바에서 성접대를 받고, 러시아가 그 녹화영상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제공한 크리스토퍼 스틸 전 영국 정보 관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에 러시아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정보 보고서를 작성한 전 영국 정보 관리는 이 정보가 70~90% 정확하다고 다시 확인했다.
트럼프의 대선운동과 러시아 쪽이 공모했다는 주장을 담은 정보문서를 작성한 크리토퍼 스틸은 15일 보도된 <가디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인터뷰는 <가디언> 기자 루크 하딩이 쓴 새로운 책 <공모: 러시아는 어떻게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도왔나>라는 책에 수록됐다.
영국의 대외첩보기관인 엠아이(MI)6에서 러시아를 담당한 정보관리였던 스틸은 자신의 정보는 30년간의 정보업무를 통해 얻은 정보원들에 바탕한 것으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수사중인 미국 특검의 수사가 트럼프 진영과 모스크바 사이의 접촉들을 파고들면 그 정당성이 입증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를 30년 동안 다뤄왔다”며 “왜 내가 이런 정보를 만들어 내겠냐?”고 반문했다.
사설 정보회사를 운영중인 스틸은 지난해 미국 대선 때 워싱턴의 정치·경제조사 회사인 ‘퓨전 지피에스(GPS)’의 요청에 따라 트럼프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스틸이 제공한 정보 중에는 트럼프가 2013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쪽의 성접대를 받아 호텔 방에서 섹스파티를 했고, 러시아는 그 녹화영상을 가지고 있다고 내용도 있었다. 스틸의 이 정보 보고는 워싱턴의 정가 안팎에서 알려져, 언론들이 확인 취재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의 정보 문건이 2016년 대선 때 워싱턴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진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온 그의 명성 때문이라고 저자인 하딩은 지적했다. 스틸은 2014~2016년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관한 수백건의 정보 보고를 했고 이는 미국 국무부에서도 폭넓게 공유되어 존 케리 당시 국무장관과 러시아 담당인 빅토리아 뉼런드 차관에게도 보고됐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성접대 정보도 같은 정보원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스틸이 제공한 정보 중에는 국제축구협회(FIFA)의 부패에 관한 것도 있어는데, 미국 연방검사들이 이에 대해 수사에 나서 협회 간부들이 체포됐다. 하딩은 “이 사건은 미국 정보기관들과 연방수사국 내에서 스틸의 명성을 높였다”며 “스틸은 러시아의 첩보망과 그 수법을 잘 아는 영국 정보원으로 신뢰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틸은 2016년 7월과 11월 사이에 트럼프와 러시아의 연관에 대해 모두 16건의 정보 보고를 했다. 하딩에 따르면, 스틸은 자신의 정보원이 제공하는 트럼프와 러시아 간 공모 관계의 심각성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스틸은 그해 6월 로마에서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해 국제축구협회의 비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연방수사국으로부터 더 많은 정보 제공과 접촉을 제의받았다. 하지만, 그해 11월8일이 대선 투표일이 다가오자, 연방수사국은 대통령 후보에 관한 자료들은 공개될 수 없다며 접촉을 끊었다고 밝혔다. 스틸은 자신이 “방사선 감자(뜨거운 감자에 빗대, 훨씬 민감하고 난처한 고민거리)”를 건넨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스틸이 보고한 트럼프의 성접대 정보에 대해, 트럼프의 경호원을 지낸 키스 실러는 러시아로부터 그런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고 최근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하원 정보위 비공개 증언에서 트럼프의 2013년 러시아 모스크바 체류와 ‘음란 파티’ 소문과 관련해 집중 질의를 받았다. 실러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주최한 미스 유니버스 대회와 관련한 모임 뒤 한 러시아 인사가 “여자 5명을 트럼프의 호텔방으로 보내겠다고 제안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러는 이를 농담으로 여기고 “우리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실러는 그날 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호텔방으로 돌아오면서 러시아 쪽의 제안을 전했고, 두 사람은 이를 웃어넘겼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에 도착한 뒤 실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 앞을 잠시 지키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실러는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