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인 엘레나 알파로가 22일 마르델플라타 해군 기지에서 지인들의 위로를 받으며 슬픔을 억누르고 있다. 뒤편 철조망에는 실종자들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편지들이 붙어있다. 마르델플라타/AP 연합뉴스
지난 15일 승조원 44명을 태우고 실종된 아르헨티나 잠수함의 수색 작업이 일주일이 넘도록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들의 염원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잠수함이 버틸 수 있는 최장 10일의 ‘골든타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잠수함이 폭발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엔리케 발비 아르헨티나 해군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설명회를 열고 산후안호가 마지막 교신을 마친 뒤 4∼5시간 후 ‘수중 음향 변화’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소리가 감지된 곳은 마지막 교신 위치에서 북쪽으로 60㎞ 가량 떨어진 지점이다. 발비 대변인은 “우리는 추측하고 싶지 않다”면서 “걱정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수함이 여전히 어딘가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면 산소 부족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종자의 가족들과 시민들은 마르 델 플라타 기지에 모여 실낱같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시체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가족 엘레나 알파로는 “이제야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동시에 결정적 시작이 흐르고 있다고 느낀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19일 산후안호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소음이 감지돼 구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는 해양이나 해양동물에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1983년 독일에서 진수된 산후안호는 길이 66m에, 최대 시속은 45㎞이다. 남아메리카 최남단인 우수아이아 기지에서 모항 마르델플라타 기지로 가던 길에 사라졌다. 마지막 교신 당시 전기 배터리 시스템이 고장났다고 알린 뒤 귀환을 보고했지만 자취를 감췄다. 이에 아르헨티나 해군이 노후한 잠수정을 긴 일정에 배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실종자 가족은 지난 20일 현장을 찾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그렇게 오래된 잠수함에 태워 보낸 건 사실상 자살 행위”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2개국이 수중 음파 탐지기가 달린 배나 항공기를 보내 잠수함 수색에 힘을 보태고 있는 가운데, 강풍과 높은 파고로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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