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시카고에서 열린 오바마재단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시카고/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8일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베이징과 인도, 프랑스를 방문하는 5일간의 아시아·유럽 순방길에 나섰다. 각국 정상들과 만나고, 대통령 재임 8년간 즐겨 했던 청년들과의 타운홀 행사도 이어진다. <에이피>(AP)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간 오바마 전 대통령의 국제 무대 복귀가 외국 정상들에게 좋은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상하이 월드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중견중소기업(SME) 회의에서 기업인 2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중 관계와 세계 경제 성장 방안 등을 언급했다. 이후 베이징으로 이동해 교육 회의에 참석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기후변화 대응 등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중이던 지난해 9월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3개월여 만이다. 두 정상은 당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공동 비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번복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후 3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힌두스탄 타임스> 리더십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접견한다. 다음달 1일 오바마재단 주최로 열리는 타운홀 행사에는 청년 지도자 280여명이 참석한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 28일부터 남부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리는 ‘세계 기업가 정신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에 머물고 있다.
<르 피가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마지막 방문국인 프랑스에서 통신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는 ‘나폴레옹 회의’에 참석한 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비공식 오찬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대면한 적이 없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프랑스 대선 기간이던 지난 5월 마크롱 대통령에게 지지 성명을 보냈다.
이번 순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부터 12일간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을 방문한 직후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 대통령 역사학 교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른 세계에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며 “불안정한 세계에서 안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프랑스에선 오바마 전 대통령의 ‘나폴레옹 정상회의’ 강연료가 40만유로(약 5억1100만원)가 넘는다는 보도가 나와 비판이 일고 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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