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가 일제히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엇박자가 또다시 불거졌다.
틸러슨 장관은 30일(현지시각) 국무부 청사에서 한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과의 회담 머리발언에서 “우리는 중국에 석유를 더 많이 제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도 “완전히 석유 공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런 언급은 전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전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헤일리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통해) ‘중국이 대북 유류 공급을 중단해야 하는 지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상황 진정’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협상력 높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30일 파이즈 사라즈 리비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외교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겠다.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상황 관리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뉴욕 타임스> 등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틸러슨 장관을 몇주 안에 폼페이오 국장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백악관 관리들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계획을 최종 승인하지는 않았지만, 국무부에 변화를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틸러슨 장관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멍청이”라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을 비롯해, 북핵·이란·기후변화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입장을 보여 몇달 전부터 교체설이 꾸준히 나돌았다.
폼페이오 국장은 일주일에 3~4차례씩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며 개인적 친밀감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강경 보수 성향의 풀뿌리 조직인 ‘티파티’ 출신의 하원의원을 지냈으며, 북한이나 이란에 대한 정책과 관련해 행정부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힌다. 특히 지난 7월 한 안보 포럼에서 “미국 정부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북한의 핵개발 능력과 핵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떼어놓는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 교체’를 시사하기도 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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