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뉴욕 존 F. 케네디공항에서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기 전 인사를 건네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유착 관계에 전미총기협회(NRA)가 ‘연결 고리’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 1일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이 유착 관계의 핵심 인물로 꼽혀온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거짓 진술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한 것에 더해 ‘러시아 게이트’의 파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뉴욕 타임스>는 3일, 전미총기협회 쪽 인사인 폴 에릭슨이 지난해 5월 트럼프 캠프 정책보좌관이던 릭 디어본에게 ‘크렘린 커넥션’이란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트럼프 후보와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에릭슨은 당시 상원의원이자 트럼프 캠프의 국가안보 자문위원장이던 제프 세션스(현 법무장관)에게 자문을 받고 싶다며 “러시아 쪽이 조용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창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세션스의 비서실장 출신인 디어본은 현재 백악관 비서실 차장으로 일한다. 디어본이 러시아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배후에 전미총기협회가 있던 것은 이번에 처음 드러났다.
에릭슨은 자신이 러시아 고위층과 친분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푸틴 대통령이 당선 전 트럼프 후보를 크렘린궁으로 초청하려는 뜻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메일에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리는 전미총기협회 연례 대회를 첫 만남의 기회로 삼아보자는 언급도 들어있다. 실제로 트럼프 당시 후보는 지난해 5월20일 이 행사에서 연설했다. <뉴욕 타임스>는 에릭슨이 사실상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인 통일러시아당 핵심 간부와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협회 추산 500만명, 외부 추산 14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전미총기협회는 총기 소유 옹호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을 앞장서 지지해왔고, 대선 당시 수천만달러를 기부했다.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 쪽이 전미총기협회 외에도 개신교 조직, 참전군인 단체를 이용해 트럼프 캠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 세 곳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떠받쳐온 대표적 지지층이기도 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 기소 건과 관련해 트위터에 “나는 제임스 코미 국장에게 플린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며 “또 다른 코미의 거짓말을 덮기 위한 더 많은 가짜뉴스일 뿐”이라고 적었다. 이어 “코미가 거짓되고 부정직하게 클린턴을 수사한 수 년 뒤, 연방수사국(FBI)의 명성은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연방수사국 요원협회(FBIAA)는 “요원들은 임무에 충실하고 있으며, 다른 추측은 순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코미 전 국장도 “미국인들이 진실을 알기를 원한다. 연방수사국은 정직하고 강하다. 그리고 언제나, 앞으로도 독립적일 것이다”라는 트위트로 대응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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