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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냉전 종식’ 핵군축조약 폐기 위기…미·러 핵경쟁 재연되나

등록 2017-12-11 17:18수정 2017-12-11 21:09

미국, 러시아에 “조약 어길 시 중거리 핵미사일 개발 착수” 경고
내년 예정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연장 가능성에도 적신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다낭/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베트남 다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다낭/타스 연합뉴스
냉전 해체기인 1987년 체결된 미국-소련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핵 위기와 더불어, 30년간 유지된 ‘최초의 실효적 핵 감축 조약’이자 ‘군축의 이정표’였던 이 조약이 당사국 간 책임 전가 양상으로 삐걱대면서 세계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이 러시아에 중거리핵전력조약을 계속 어긴다면 새로운 중거리 핵미사일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조약을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러시아의 조약 파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폴 셀바 미국 합참 차장은 러시아가 2월에 신형 순항미사일 SSC-8(Novator 9M729)을 실전 배치한 것은 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양국은 이번주에 중거리핵전력조약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만나 이 사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에 ‘수치심을 주는 해법’을 썼지만 반응을 보이지 않아 정치적 압박을 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조약 불이행을 이유로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거리핵전력조약은 1987년 미국과 옛 소련이 체결한 중거리 핵무기 폐기 조약이다.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 핵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했고, 제작이나 실험 또한 금지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서명했고, 냉전시대 군비 경쟁을 종식한 역사적 문서로 꼽힌다. 이후 세 차례의 전략무기감축협정으로 양대 핵강국의 핵무기 수가 크게 줄었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독일 <슈피겔>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4주 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회원국 국방장관들에게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했다며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은 이 조약은 대상 미사일들의 사정권에 드는 유럽의 안보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고 한다. <슈피겔>은 조약 파기가 현실화된다면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작이며 냉전의 논리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이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한다며 반발한다. 러시아 외무부는 “탈정치적이고 전문적인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정치적 압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지난해 5월 루마니아에 이어 내년에 폴란드에 설치할 예정인 미사일 방어 시스템과 무장 무인항공기 또한 조약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서기장(왼쪽)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7년 백악관에서 중거리핵전력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박물관 누리집 갈무리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서기장(왼쪽)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7년 백악관에서 중거리핵전력조약에 서명하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박물관 누리집 갈무리
러시아는 수년 전부터 중거리핵전력조약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2007년 세르게이 이바노프 당시 국방장관은 “이 조약은 큰 실수였다”고 말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2013년 소련이 이 조약에 서명한 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양국의 이런 기류가 특히 내년으로 예정된 미국·러시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연장 가능성에 적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지난해 세계 100대 방위산업체의 판매액이 2011년 이후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 등 미국 업체 판매액은 2172억달러(약 237조1172억원)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고, 러시아는 266억달러로 3.8% 늘었다. 한국 업체 판매액은 전년 대비 20.6% 치솟은 8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 연구소는 북핵 위협에 맞서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증가한데다, 한국산 미사일과 잠수함, 전투기 등이 남아시아와 동유럽, 남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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