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버밍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내우외환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무대로 떠오른 앨라배마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12일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가 로이 무어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신승했다. 존스는 출구조사 등의 열세를 딛고 49.9% 대 48.4%로 무어를 누르고 당선됐다.
트럼프 진영이 전폭적으로 민 후보가 자신들의 아성에서 패함으로써 공화당은 내홍에 휩싸이게 됐다. 또 민주당은 25년 만에 앨라배마에서 상원의원을 배출하며 의석수 차이를 49 대 51석으로 좁혔다. 1명이라도 이탈하면 상원에서 공화당의 입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향후 정국 주도가 더욱 힘들게 됐다.
이번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심각한 메시지를 던졌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진영의 노선에 대한 여론 추이였다. 무어는 강경한 극우적 정견을 가진데다 최근 성추행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당내에서도 사퇴 주장이 제기됐으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트럼프 진영은 그를 전폭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선거운동을 도왔다.
특히 무어의 성추행 혐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행 혐의와 겹쳐, 그의 당선 여부는 더더욱 트럼프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로 여겨졌다. 무어는 검사이던 30대 때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10대 소녀들에 대한 성추행 혐의에 대해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선거운동을 “영적인 싸움”이라고 포장했다. 트럼프식 선거운동을 펼친 트럼프의 후보였다.
둘째, 공화당의 텃밭인 남부에서조차 심각한 이반이 확인됐다. 무어가 흠결에도 불구하고 후보직을 유지한 것은 공화당 아성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성추행 혐의가 불거진 뒤에도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공화당 성향의 고학력 백인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 진영의 분열적 정책과 극단적 언행에 온건한 공화당 지지자들이 돌아선 것이다. 특히 버밍햄 등 도시 지역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 11월초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 등 일부 지방선거 결과와 맞물려 공화당에 적신호가 됐다. 대선이나 총선 등에서 승패를 가르는 대도시의 교외 지역에서 주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은 완패했다. 이에 더해 아성인 남부에서도 패배함으로써 공화당은 내년 중간선거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낮았던 흑인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나와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년 만에 민주당 지지층 결속과 공화당 지지층 이탈이라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주류의 갈등이 깊어지게 됐다. 무어의 후보직을 반대했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당 주류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마지못해 손을 잡아왔다. 이제 당 주류로서는 지금 같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으로는 중간선거를 기약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층이 당의 주류가 원하는 대로 처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당내 패권 장악을 위해 당 주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무어가 선거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재검표를 주장하고, 반면 공화당은 그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서 이미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스에게 “힘겹게 싸운 승리”라고 축하하면서도 “공화당원들은 곧 다른 선거에서 이길 것이다. 결코 끝나지 않았다!”라고 트위터에 썼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