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밝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제안에 백악관이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과의 적극적 대화를 표명했던 틸러슨 장관의 제안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혼선이 더해지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는 13일 틸러슨 장관의 제안과 관련해 “분명히,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과거의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위는 <한겨레>가 틸러슨 장관의 제안에 대해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이렇게 밝혔다.
국가안보위는 “북한은 우선 추가적인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진지하고 의미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며 이렇게 답했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일단 만나보자, 북한이 원한다면 날씨 얘기를 할 수 있다. 사각 테이블인지 둥근 테이블인지에 흥미를 갖는다면 그것에 대해 얘기를 할 수도 있다. 일단 최소한 테이블에 앉아 얼굴을 마주 봐야 되지 않겠냐”며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은 북한에게 대화 시작 전에 추가적인 핵·미사일 실험을 중지하는 ‘휴지기’를 최소한의 조건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안보위는 이날 북한과의 대화 조건은 “추가적인 핵 및 미사일 시험 중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도 백악관의 한 관리를 인용해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실험을 보건데, 확실히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미 행정부는 북한과의 어떠한 협상도 북한 정권이 근본적으로 그 행동을 개선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는 주장에 일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무장관이 말해오던 것처럼, 이것이 포함돼야만 한다”며 “추가적인 핵 및 미사일 실험 중단만으로 제한될 수 없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틸러슨 장관의 제안에서 물러나는 듯한 논평을 했다. 그는 어떠한 대화라도 시작되기 전에 상당 기간 동안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 중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확실히 현재 그런 것을 보고 있지 못하다”며 틸러슨 장관은 새로운 정책을 선보인 것이 아니고 백악관과는 “같은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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