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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앨라배마 후폭풍…‘트럼프 진영’ vs ‘공화 주류’ 갈등 첨예화

등록 2017-12-14 16:34수정 2017-12-14 21:19

공화당 주류,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공격 시작
트럼프는 “무어가 질 줄 알았다”며 책임 회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세제 개혁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세제 개혁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멀고 먼 앨라배마, 나의 고향은 그곳….” 미국 ‘국민 작곡가’ 존 포스터의 ‘오! 수재너’의 가사가 주는 푸근한 느낌과는 달리, 남부의 시골 앨라배마는 지금 워싱턴을 강타하는 태풍의 진원지가 됐다.

12일 공화당이 25년간 독점하던 앨라배마의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민 로이 무어 후보가 패배하자, 여당인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그 지지층의 독주에 불만을 삼키던 공화당의 기성 주류는 일제히 봉기하는 양상이다. 특히 무어를 후보로 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트럼프의 복심으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주요 타격 대상이 됐다.

공화당의 피터 킹 하원의원은 당에서 배넌을 축출해야 한다고 13일 주장했다. 그는 “배넌의 행동은 신물이 나고, 어리석고, 멍청하다”고 비난했다. 킹 의원은 트위터에 “앨라배마 참사 뒤 공화당은 옳은 일을 해야만 하고, 배넌을 축출해야 한다”고 썼다. 그는 <시엔엔>(CNN)에도 출연해 배넌에 대해 “정치권에 어슬렁거리는 술 취한 봉두난발 같다”고 비난했다. 백인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배넌의 “기이한 대안 우익” 견해도 비난했다.

애덤 킨징거 하원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배넌이 이름뿐인 공화당원이라며 “배넌의 도덕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전략들은 이제 환영받지 못하고, 해고됐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기성 주류를 대표하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정치단체인 ‘상원 지도부 펀드’의 스티브 로는 성명을 내어 “배넌은 공화당의 중요한 상원 의석을 잃어버리게 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을 재앙으로 밀고갔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진영과의 다툼 등으로 내년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제프 플레이크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무어의 상대인 더그 존스 민주당 후보에게 선거자금 100달러를 기부했다고 밝히며, 존스가 “품위있는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트럼프 진영과 가까웠던 극우 성향의 세라 페일린 전 공화당 부통령 후보도 “공화당에게는 겸손해야 할 밤”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주류의 물갈이를 외쳐온 배넌은 백악관을 떠난 뒤 매코널 원내대표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특히 모든 공화당 현역의원들을 갈아치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공화당의 기성 주류는 그를 비난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해 대응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공화당 기성 주류과 배넌으로 대표되는 트럼프 진영의 투쟁을 더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배넌의 한 측근은 “이걸로 기성 주류에 대한 배넌의 싸움을 멈출 수 없다”며 “오히려 기름을 붓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빨리 패배의 책임 회피에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서 “내가 처음에 루서 스트레인지를 지지한 이유(그리고 그의 지지율은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었다)는 내가 말한 대로 로이 무어가 선거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옳았다!”고 말했다. 자신은 당내 경선에서 원래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어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지 않다가, 배넌과 자신의 지지층이 적극 나서고 무어의 지지율이 오르자 막판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그 특유의 안면 몰수적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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