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워싱턴주 듀폰에서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선로를 이탈한 차량이 인근 도로로 떨어져 내릴 듯 위험하게 매달려있다. 듀폰/AFP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남부 듀폰에서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해 승객 최소 3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부상했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듀폰 지역 소방서장인 래리 클릭모어는 18일 오전 7시40분께(현지시각) 시애틀에서 남쪽으로 64㎞쯤 떨어진 듀폰에서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향하는 암트랙 열차 501편이 탈선 사고를 내면서 열차 13량이 선로에서 이탈,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탈선한 열차는 인근 5번 고속도로로 튕겨나가, 도로 위 차량과도 충돌했다. 자동차 5대, 트럭 2대 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열차는 이날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이 열차는 기준 속도가 시속 48㎞인 구간을 2배가 넘는 시속 128㎞로 달리다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암트랙의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리차드 앤더슨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능동형 열차 조절장치’(Positive Train Control)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장치는 열차 속도가 너무 빨라졌을 경우, 자동적으로 속도를 조절해 낮추거나 멈추게 하는 기술이다.
열차에 타고 있던 알렉산더 크리스티안센(24)은 “열차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선반에서 모든 것이 떨어졌다. 사소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또 다른 승객 엠마 샤퍼(20)는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잔해 속에 서있었다”고 말했다.
기차에는 77명의 승객과 승무원 7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 일부분이 여전히 선로와 도로에 걸쳐 불안정하게 매달려 있어 잔해를 치우고 시설을 복구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가교통안전위원회는 20여명의 수사팀을 현장에 파견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18일 미국 워싱턴주 듀폰에서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선로를 이탈한 차량이 어지럽게 엉켜있다. 듀폰/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고 직후 트위터에 “워싱턴주 사고는 왜 우리가 인프라 계획을 빨리 승인해야 하는지 어떤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의 도로와 다리, 터널과 철도가 무너지는 동안 우리는 중동 지역에 7조달러를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새 열차에 벌어진 것으로 드러나 비판받을 처지에 놓이자, 10분쯤 지나 “열차 사고와 관련된 모두를 위해 기도하겠다. 현장에 있는 멋진 구조대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애도했다. 1시간 뒤에는 또 다시 “열차 사고 희생자들을 위해 우리는 깊은 안타까움과 진심어린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글을 올렸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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