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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름 써둘 거야”…트럼프 ‘예루살렘’ 반대투표에 보복 위협

등록 2017-12-21 11:37수정 2017-12-21 22:06

트럼프, ‘예루살렘 결정’ 반대 국가에 원조 중단 협박
헤일리 대사, “대통령이 반대국들 이름 적으라고 지시”
21일 유엔 총회서 예루살렘 결의안 채택 예정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20일 유엔총회에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언에 반대하는 결의안에 찬성하는 나라들의 이름을 적어서 보복할 것임을 시사하는 트위터를 올렸다. 사진은 유엔 안보리에 출석중인 헤일리 대사.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20일 유엔총회에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언에 반대하는 결의안에 찬성하는 나라들의 이름을 적어서 보복할 것임을 시사하는 트위터를 올렸다. 사진은 유엔 안보리에 출석중인 헤일리 대사.
“미국은 이름을 적어둘 것이다.”

각 나라들의 주권을 무시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오만과 협박이 도를 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자신의 선언에 반대하는 유엔총회 결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20일, 찬성표를 던지려는 국가들을 향해 보복을 경고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그들은 수억달러, 심지어 수십억달러를 가져가고 우리한테는 반대하는 투표를 한다”며 “우리를 반대하는 투표를 하게 내버려둬라. 우리 돈이 절약된다.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결의안에 찬성하는 국가들에게는 미국의 원조를 끊겠다는 협박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가 도왔던 나라들이 우리를 겨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않는다”며 “우리의 결정을 비난하는 투표가 있을 것인데, 미국은 그 이름들을 적어둘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헤일리 대사는 전날 유엔 회원국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통령은 이 투표를 신중하게 지켜볼 것이고, 우리를 반대한 나라들을 보고하라고 나에게 요구했다”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각자의 모든 투표를 적어놓을 것”이라고 했다.

21일 유엔총회에서는 ‘예루살렘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취소돼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하는데, 결의안에 미국이 직접적으로 언급돼 있지는 않다. 즉, 예루살렘의 지위는 당사자들의 합의가 있을 때까지 결정하면 안 되고, 현상 유지를 해야 한다는 기존 유엔 결의안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의 이런 행태에 대해 미국 안팎에서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유엔총회에서 회원국의 의사 표시에 대해 공공연히 협박을 하는 것도 상식을 벗어난 데다, 원조를 끊겠다는 위협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비판이다. 이번 결의안은 터키 등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 발의했고, 이슬람권의 미국 동맹국들이 모두 찬성할 것이 확실하다.

이집트는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고,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다.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원조는 의회에서 제정된 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원조 중단은 양국 관계의 파탄을 의미하는 데다, 원조를 끊으려면 의회에서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하지도 않은 사안을 놓고 명분이나 실리 모두를 해치는 발언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비비시>(BBC)는 “확실한 것은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예루살렘에 대한 트럼프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다시 한 번 말해서 미국이 유엔총회에서 고립되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메블룻 카부소글루 유엔 주재 터키대사는 “우리는 혼자 남은 미국이 이제는 협박에 호소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존엄한 국가라면 이런 압력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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