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사면이 발표된 24일 수도 리마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리마/AP 연합뉴스
인권 탄압과 부패 혐의 등으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이던 알베르토 후지모리(79) 전 페루 대통령이 24일 전격 사면됐다.
<에이피>(AP) 통신은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이 이날 성명을 내고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해 “인도주의적 사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는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난치병을 앓고 있으며, 수감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과 함께 7명을 추가로 사면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3일 혈압이 크게 떨어지고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감지돼 수도 리마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1990년부터 10년간 재임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임기 동안 반란군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수천명을 사망케 했으며, 군부 지원을 받아 의회와 법원을 해산하고 3선 독재 정치를 펼치다 실각했다. 뇌물 수수와 권력 남용, 인권 유린과 선거 조작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9년에 25년형을 선고 받고 옥살이를 해왔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면 결정이 쿠친스키 대통령의 탄핵안 부결과 관련된 뒷거래의 결과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쿠친스키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안 표결에서 탄핵을 추진했던 야당 ‘대중의 힘’에서 기권표가 10표나 나왔다. 대중의 힘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 게이코 후지모리가 이끌고 있으며, 장남 겐지 후지모리 의원도 속해있다. 쿠친스키 대통령의 탄핵안은 단 8표 차이로 부결됐다. 현지 언론은 이 투표 직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사면 요청에 대한 세부적인 거래가 있었다는 구체적 정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게이코 후지모리는 이날 “희망과 기쁨의 크리스마스”라면서 “내 아버지는 10년 이상을 자유 없이 기다려왔다. 마침내 정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일본계 이민자 출신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2007년에는 일본 국민신당의 비례대표로 참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도 했으나 낙선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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