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산타클로스와 함께 운송 노동자들도 분주하지만, 특히 올해는 미국 트럭 운전사들이 여느 해보다 바쁘게 보내며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의 소비지출 증가와 빠듯한 노동력 수급 사정으로 지난달 트럭 운송 가격 지수가 전년 대비 3.1% 올랐다고 27일 보도했다. 사용 가능한 트럭 대수 대비 트럭 수요의 비율은 100%에 달했다. 남는 트럭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10년간 이 비율의 평균은 93%였다.
트럭과 트럭 운전사 품귀는 경기 활황과 이에 따른 노동력 공급 부족에 일차적 원인이 있다.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4.1%로 17년 만의 최저이고, 소비심리지수는 17년 만에 최고다. 연말 쇼핑 시즌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더 자주 열면서 마스터카드가 집계한 11월1일부터 12월24일까지의 소비지출(자동차 제외)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수요가 많아지니까 지난달 말 블랙프라이데이 때 가전제품 등의 할인율은 지난해보다 못했다.
아마존 등 온라인마켓의 성장도 운송 수요를 끌어올렸다. 하루 운전 시간을 최장 11시간으로 제한한 규정을 준수하는지를 위성으로 감시하는 전자장치 부착이 최근 의무화된 것도 운송 인력난을 심화시켰다. 대형 물류업체들은 연말 쇼핑 시즌 등에 수만명씩 계절노동자들을 고용하지만, 경기 활황으로 다른 분야에 인력을 빼앗기면서 사정이 더 빠듯하다. 올해 크리스마스가 주말과 이어진 월요일이었던 게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강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적시 운송을 생명으로 하는 물류업체들은 대목에 발생한 인력난이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9만5000명의 계절노동자를 쓰는 세계 최대 물류업체 유피에스(UPS)의 경우 몇주 동안 사무직 노동자 수백명을 배송에 투입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통상 업무 폭주에 대비해 몇주 전에 동의를 받아 대기 인력을 지정하지만, 이번에는 배송 물량 급증으로 과부하가 걸린 지역에 지원 인력을 급히 투입했다. 사무직 직원들은 물품 분류와 운전사 보조 역할을 주로 하지만 일부는 개인 차량으로 직접 배송에 나섰다. 정규 운전사들도 추가 근무에 나서야 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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