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신년 파티에 도착해 입장하고 있다. 팜비치/AF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1일 신년사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기대’와 ‘촉구’가 섞인 복합적인 대응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시한 것에 대해선 일정한 기대감을 나타낼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반도 긴장이 지나치게 고조되면서 미국 행정부 안에서도 상황 관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창겨울올림픽이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서 열린다면 미국 쪽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그동안 한국이나 미국, 중국 등 어느 쪽과도 대화의 문을 열지 않았던 북한이 최소한 남쪽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다는 점에 대해선 트럼프 행정부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칫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 ‘미국은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역공을 당할 수도 있고, 정세가 악화될 경우 미국이 비난의 책임을 온통 뒤집어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어느 행정부보다 ‘미국의 한반도 정세 주도권’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항상 ‘대장 노릇’을 하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기질과 북핵 문제가 미국 외교안보 정책의 최우선 순위 가운데 하나로 올라온 측면이 작용했다.
이에 따라 남북이 주도하는 국면전환 시도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선까지 ‘묵인’ 내지는 ‘협조’를 할지가 앞으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적절한 한반도 긴장 고조를 통해 전략적 이득을 챙겨온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커다란 영향력도 의외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북-미 관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비핵화 문제에 대해선 김 위원장은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들 대량 생산” 등을 언급하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처’를 북한에 거듭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여론이 ‘핵 단추’나 ‘대량 생산’ 부분에 더 주목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 신호는 묻혀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입장에선 남북관계보다 ‘북핵의 본토 도달’이 더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새해 전야 파티에 참석하기에 앞서 김 위원장의 ‘핵 단추’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두고 보자”(We’ll see)라고만 말했다.
반대로, 핵·미사일 부분이 지나치게 부각되지 않고, 북한이 일정 기간 ‘핵·미사일 추가 실험·발사’를 하지 않겠다고 좀더 명시적으로 밝힌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방의 의중을 타진해보는 수준의 ‘탐색적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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