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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유튜브는 왜 ‘자살 주검 영상’을 바로 삭제하지 않았나

등록 2018-01-04 15:27수정 2018-01-04 18:10

‘유튜브 스타’ 로건 폴이 올린 자살 영상
약 하루동안 650만뷰 시청에도 대처 전무
유튜버가 번 광고료 45%가 유튜브 차지
논란 묵인하는 ‘스타 시스템’ 다시 도마에
일부에선 비판 빙자해 주검 영상 재활용도
자살로 추정되는 남성의 주검을 촬영해 파문을 일으킨 미국의 유튜브 스타 로건 폴. 유튜브 갈무리.
자살로 추정되는 남성의 주검을 촬영해 파문을 일으킨 미국의 유튜브 스타 로건 폴. 유튜브 갈무리.
1년에 약 140억원을 번다는 미국의 유튜브 스타 로건 폴(22)이 일본 여행 중 자살로 추정되는 남성의 주검을 촬영해 공개한 영상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세계 최대 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우선 간략하게 4일까지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유튜브 스타 로건 폴은 일본에서 ‘자살 숲’으로 불리는 후지산 인근의 아오키하가라를 찾았다가 숨진 남성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촬영하고 편집해 시신의 얼굴을 흐릿하게 처리한 영상을 지난달 31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 영상의 오프닝에서 그는 “이건 클릭을 유도하는 미끼가 아니다”라며 “이건 유튜브 역사의 한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유튜브에서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고 메시지를 띄우고 “자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아무도 그의 본심을 믿지 않았다. ‘유족에 대한 모욕’, ‘10대 시청자의 심리적 연약함을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영상’ 등의 비판이 몰아쳤다. 폴은 약 하루 만에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관련 기사 : 연수익 135억원 미 유튜브 스타, ‘주검 영상’ 게재 파문)

이 사건은 그의 말대로 ‘유튜브 역사의 한순간’으로 기록될 예정이다. 폴의 영상에 대한 문제 제기가 세계 최대의 영상 플랫폼 유튜브 쪽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폴이 이 영상을 삭제하기 전까지 약 하루 동안 이미 이 영상을 650만 명이 시청했는데, 그동안 유튜브가 왜 이 영상을 걸러내지 못했느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영상은 삭제되기 전까지 수많은 댓글이 달렸고 트위터에서 트렌드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유튜브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유튜브 스타를 탓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의 조교수이자 인터넷 문화 전문가인 사라 로버츠는 〈와이어드〉에 “당연히 유튜브도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며 “유튜브의 수익 모델이 로건 폴과 같은 사람들이 만드는 창작물에서 발생한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다”고 말했다. 유튜브 스타의 수익이 유튜브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이다.

와이어드〉의 설명을 보면, 유튜브는 각 계정이 버는 광고료의 45%를 떼어간다. ‘유튜버’(유튜브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들의 수익을 분석하는 ‘소셜블레이드’를 보면, 폴이 버는 최대 예상 수익은 연간 1400만 달러(약 149억원)인데, 유튜브 역시 거의 그 정도의 돈을 가져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유튜브가 1년에 100억을 벌어다 주는 ‘자산’들을 관리하지 않고 있을 리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와이어드〉는 과거 접촉했던 유튜버들이 유튜브의 담당자들과 함께 일한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6년 아프리카 TV에서 유튜브로 둥지를 옮긴 게임 BJ 대도서관은 2016년 10월 14일 방송에서 “아프리카 TV가 갑질을 해서 옮겼다”며 “유튜브 관계자들이 라이브 방송 시스템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튜브가 영향력이 높은 사용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해볼 수 있는 말이다. 유튜브 코리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파트너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관리라기보다는 교육이나 질답 등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파문이 되레 유튜브에 더 많은 수익을 안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터지고 나면 논란에 대한 자신의 격한 반응을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유튜버들의 영상 조회수도 함께 터지기 때문이다. 로건 폴의 자살자 영상에 대해 비판하는 “로건 폴이 자신의 커리어를 끝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그 좋은 예다. 한 남성이 폴을 향해 “넌 거대한 똥 덩어리”, “역겹고 아무 생각 없는 짓거리”라고 욕을 쏟아내는 이 영상은 지난 1일에 올라와 1200만 뷰를 기록하고 있다.

해당 영상뿐 아니라 실제로 ‘로건 폴’을 검색하면 ‘로건 폴에게 보내는 편지’, ‘로건 폴 영상에 대한 나의 반응’ 등 수백 개의 2차 저작물이 나온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문제가 된 주검 영상의 일부를 편집해 사용하기도 했다. 허프포스트 US는 이런 현상을 ‘유튜브 수익창출의 연쇄반응’이라고 표현했다. 유튜브에서 논란을 일으킨 동영상이 다른 유튜버들의 ‘반응 영상’ 소스로 활용되며 퍼져나가는 현상을 꼬집은 표현이다.

온라인 미디어 복스는 이런 현상이 ‘충격적인 영상에 가치를 두는 유튜브의 장난 문화’라고 꼬집었다. 한국에서는 유튜브 뿐 아니라 아프리카 TV, 페이스북 라이브, 트위치 등의 다양한 플랫폼이 이런 영상 소비 문화에 일조하면서 수많은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공공장소에서의 라이브 촬영이다. 지난 12월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하는 한 BJ는 게이클럽에서 라이브 방송을 송출해 ‘강제 아우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우팅’은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커밍아웃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지난 여름에는 일부 BJ들이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해변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에게 접근해 근접 촬영한 영상을 방송한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26살의 사회관계망서비스 사용자가 아무런 안전망 없이 초고층 빌딩의 외벽을 타고 올라가다 떨어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 유튜브 규정집 갈무리.
사진 유튜브 규정집 갈무리.
한편 버즈피드의 리포터 데이비 알바는 2일 트위터를 통해 유튜브 쪽에서 로건 폴의 계정에 ‘경고’(strike)를 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유튜브는 ‘삼진아웃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한 번은 경고로 끝나지만 석 달 동안 두 개의 경고를 받으면 2주 동안 계정을 정지한다. 또, 3개월에 3번의 경고를 받으면 해당 계정은 영구 정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영상을 로건이 스스로 삭제할 때까지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는 점, 경고를 받아도 3개월 뒤면 이 경고가 없어져서 별다른 실효가 없다는 점을 두고 유튜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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