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가 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버리힐튼호텔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PI 연합뉴스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미국 여성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64)의 2020년 대선 출마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인상적인 수상 연설을 한 뒤, 그를 차기 대선 후보로 밀어야 한다는 운동이 갑자기 확산되고 있다. <시엔엔>(CNN) 방송은 8일 윈프리의 가까운 친구 2명의 말을 인용해 “그가 대선에 뛰어들 것을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윈프리의 대선 출마설은 이전에도 수차례 불거졌으나 그때마다 윈프리는 강력히 부인해왔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은 윈프리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를 흔든 ‘미투 운동’ 얘기를 꺼냈다. 9분 가까이 이어진 수상 소감을 통해 “성폭력이 문화와 지리, 인종과 종교, 정치, 직장을 초월하며 발생했다”며 “너무 오랫동안 여성들이 진실을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고, 믿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을 끝낼 시간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밤 이곳에 있는 위대한 여성과 남성들, 더 이상 누구도 ‘미 투’라는 말을 하지 않게 열심히 앞장서 싸우는 그들 덕분에 새로운 날이 밝아오고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고 밝혀 기립 박수를 받았다.
미국 누리꾼들은 에스엔에스(SNS)에 ‘#윈프리 2020’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윈프리의 대선 출마를 부추기고 있다. 윈프리의 수상 소감이 마치 정치 연설 같았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수상 소감에 기립해 소리를 지르는 관중의 모습이 전당대회 장면 같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배우 메릴 스트립은 <워싱턴 포스트>에 “그는 이미 로켓을 쏘아올렸다. 그가 대통령에 출마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윈프리의 남자친구인 스테드먼 그레이엄도 “사람들에게 달렸다. 그는 틀림없이 그렇게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생아 출신으로 고난을 딛고 성공한 윈프리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큰 정치적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어렸을 때 친족들한테 성폭행당한 상처를 방송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서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백악관 선임고문을 맡았던 데이비드 액셀로드는 “윈프리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더 큰 대조를 띠는 인물은 없다”면서 “그는 무한한 공감 능력, 강력하고 확실한 의사 소통능력을 가졌다. 정치적 잠재력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이번 수상 소감이 최고의 연설로 꼽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04년 전당대회 연설과 유사한 코드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레 떠오른 윈프리의 대망론에 백악관도 반응을 내놨다.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윈프리의 수상 소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없었냐”는 질문에 “우리는 윈프리든 누구든 도전을 환영한다”며 “누구든 기록적인 시간 안에 경제, 일자리 창출, 감세, 세제 개혁 등 기록적인 성과를 낸 대통령과 맞붙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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