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의류업체 에이치앤엠(H&M)이 흑인 소년에게 인종 차별적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입혀 광고했다가 사과했다.
에이치앤엠 영국지사는 지난 주말부터 누리집과 매장에서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라는 글을 새긴 초록색 아동용 후드 티셔츠를 판매하면서 흑인 소년을 모델로 썼다. 같은 디자인에 “맹그로브 정글”, “공식 생존 전문가” 라고 쓴 다른 의상은 백인 소년이 입고 촬영했다.
당장 인종 비하 논란이 일었다. <뉴욕 타임스>는 ‘원숭이’는 오랫동안 백인이 아닌 인종을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비난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에이치앤엠 남성복 분야와 협업해 제품을 내놓은 캐나다 가수 위켄드는 “충격을 받고 당황했다. 무척 불쾌하다. 에이치앤엠과 더 이상 같이 일하지 않겠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에이치앤엠은 8일 문제가 된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겠다면서 “이번 일로 기분이 상한 분들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인종 차별적 광고에 대한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 도브는 흑인 여성이 자사 세정제를 사용하면 ‘깨끗한’ 백인이 된다는 메시지를 풍기는 영상 광고를 올렸다가 비난을 받았고, 같은 해 4월 니베아는 “흰 것은 순결하다”는 광고 문구를 썼다가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열광하자 “잘못된 해석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에이치앤엠 전에도 의류업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아베크롬비는 2002년 ‘왕씨 형제의 세탁 서비스’라고 적은 티셔츠를 팔다가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아시아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4년에는 어반 아웃피터스가 1970년대 주방위군의 켄트주립대 발포 사건을 연상시키는 듯한, 핏자국이 튄 무늬의 티셔츠를 팔려다 항의를 받고 판매를 중단했다. 같은 해에 자라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강제수용소 유대인들의 유니폼과 흡사한,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에 육각 별을 그린 어린이 잠옷을 제작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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