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개관할 예정인 주런던 미국대사관. 런던/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로 예정됐던 영국 방문을 취소했다. 11일 <시엔엔>(CNN) 방송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6일 주런던 미국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하려던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을 대신 보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내가 런던 방문을 취소한 이유는 런던 최고 위치에 있던 최상의 대사관을 껌값에 팔아치우고 후진 곳에 12억달러(약 1조2764억원)나 주고 새 대사관을 지은 오바마 행정부를 좋아하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나쁜 거래”라면서 “내가 리본을 끊길 바라다니, 싫다!”고 적었다.
현재 런던 중심가인 그로스베너 스퀘어 인근에 자리잡은 미국대사관은 다음달 템스강 남쪽 나인엘름스 지역으로 옮긴다. 기존 건물은 카타르 국부 펀드에 팔렸고, 고급 호텔로 재탄생될 예정이다. <시엔엔>은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달리 미국대사관을 옮기기로 한 건 “2008년 조지 부시 대통령 때 일”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 영국 방문 일정이 알려진 적은 없었으나 다음달 대사관 개관에 맞춰서 런던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다. <비비시>(BBC) 방송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만남,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의 점심식사 등 일정이 계획돼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방문을 취소한 진짜 이유는 대규모 항의 집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월 메이 총리가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국빈방문 초청장을 건네자, 180만명이 넘는 시민이 영국 의회에 반대 청원을 하는 등 대규모 반발이 일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극우 원외정당 ‘영국 우선’이 게시한 반이슬람 동영상을 공유하자 영국 내 분위기는 더 악화됐다. 메이 총리는 당시 트위트에 대해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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