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부분 업무정지(셧다운) 첫날인 20일(현지시각) 워싱턴 의사당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옆에 ‘#트럼프셧다운’ 해시태그가 달린 포스터가 보인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0일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초래한 미국 정치권이 셧다운 첫날을 거친 ‘네 탓 공방’으로 소진했다. 월요일인 22일 전에 정치권이 임시예산안 협상을 타결해 실질적 피해를 막으리라는 예측이 많았으나, 섣불리 낙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0일 “공화당과 민주당이 셧다운 첫날을 당파적인 교전에 할애했고, 교착상태를 신속하게 깨기 위한 협상을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늦게 공화당과 민주당 온건파 의원 20여명이 2월초까지 정부 운영을 재개할 수 있는 새로운 단기 예산안 마련을 위해 만나기 시작했다”면서도 “양당 지도부는 직접적인 협상을 피했고 교착상태에 대해 서로 격렬하게 비난했다”고 전했다.
셧다운이 되면 국방·교통·보건 등 필수 분야를 제외한 교육 등 공공 업무가 중단된다. 약 80여만명의 연방 공무원들은 강제 무급휴가를 떠나야 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3년 국립공원 폐쇄로 엄청난 후폭풍을 경험한 바 있어, 국립공원과 박물관은 제한적 범위에서 정상 운영된다.
관공서 업무가 시작되는 22일 오전 전에만 양당이 합의하면 실질적인 피해는 거의 없다. 상·하원 모두 협상 타결에 대비해 21일 오후부터 업무를 재개한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2월8일까지 기한을 연장하는 새로운 안(임시예산 3주 연장안)에 대한 표결을 추진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22일 새벽 1시에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일단 3주간 임시예산을 편성해 셧다운을 푼 뒤 그 안에 이민·국방예산·재해예산·건강보험 문제 등을 합의하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매코널 원내대표가 제안한 안에는 민주당의 핵심 요구 사항인 ‘불법 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다카) 보완 입법이 포함돼 있지 않아 합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시엔엔>(CNN)에 백악관이 자신에게 협상을 위한 전화조차 걸지 않았다며 “그들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데,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및 공화당과 민주당은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3년 10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셧다운을 초래했다. 하원은 18일 가까스로 30일짜리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은 19일 밤 찬성 50표, 반대 49표로 처리하지 못했다. 예산안은 상·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하며, 상원에선 찬성 60표가 필요하다. 갈등의 핵심은 불법 이민자 정책이다. 민주당은 다카를 예산안 처리에 연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9월 다카를 폐기해 오는 3월 프로그램이 만료되면 청년 70만명이 추방 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다카 보완은 예산안 통과 전에는 논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과 국방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번 사태를 ‘슈머 셧다운’으로, 민주당은 ‘트럼프 셧다운’으로 명명하며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프레임 전쟁에 나섰다.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셧다운’ 해시태그가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에 오른 현상을 보면 여론의 판단은 이미 트럼프 책임론으로 기울었다. 특히 여당이 상·하원 다수당이면서 셧다운을 초래한 전례가 없다. ‘타고난 협상가’를 자처하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치명타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취임 1돌 행사에 참여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매코널 원내대표 등과 회동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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