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하원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에서 탈북자 지성호씨가 목발을 들어보이며 트럼프의 소개에 화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것은, 사실, 새로운 미국의 순간이다. 아메리칸드림을 시작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각) 취임 뒤 첫 새해 국정연설에서 1960년 이후 세번째로 긴 80분간의 연설을 통해 재임 1년간의 치적을 홍보했다. 군인·경찰·탈북자 등 특별손님을 15명이나 초대해 일으켜 세우고 눈물짓게 하는 등 텔레비전 쇼처럼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 “놀라운 발전과 엄청난 성공이 있었다”며 각종 수치를 반복적으로 들이대며 경제 성과를 자찬했다. 특히 “선거 이후로 우리는 제조업에서만 20만개를 포함해 24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감세와 경기 부양 효과를 소개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언론들은 ‘팩트 체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수치를 부풀렸으며,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경기 호조가 시작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는 취임일보다 선거일을 기준으로 계산해 일자리 창출 수치를 부풀리곤 했다”며 “그가 취임한 2017년 1월 이후론 약 180만개의 일자리가 늘었다”고 정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2016년 선거 이후 매월 16만9000개의 일자리가 늘었는데, 이전 7년간 월평균 18만5000개에 비하면 오히려 둔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개월 전 이 연단에서 미국인들에게 약속한 그대로 우리는 미국 역사상 최대 감세와 개혁을 시행했다”며, 세금을 16번이나 언급하며 감세 자랑을 늘어놨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의 감세는 국내총생산(GDP)의 0.9%인 데 반해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의 감세는 국내총생산의 2.89%였다”며 “트럼프 감세는 역대 8번째이고, 심지어 오바마 때 두 번의 감세보다도 적다”고 일축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 기반시설 투자를 천명하면서 의회에 1조5000억달러(약 1600조원)의 예산안 처리를 요구했다. 이민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는 기존 발표대로 부모와 함께 미국에 온 불법 이민 청년 180만명에게 시민권을 주는 대신, 국경장벽을 세우고 비자 추첨제를 대체하는 성과 기반 이민제도를 도입하며, 가족 연쇄이주제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다시 언급했다.
경제 관련 이슈들을 수치로 풀어간 반면, 연설 현장 분위기는 ‘감성’으로 북돋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큰 도전과 시련을 이겨낸 일반인 ‘영웅’들을 특별손님으로 초대했다. 시리아 참전 군인, 마약 중독자의 자녀를 입양한 경찰관, 탈북자 지성호씨가 포함됐다. 지씨는 목발을 짚고 탈북해 한국에 살면서 다른 탈북자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소개됐다. 지씨는 소개를 받는 동안 울먹이다가 목발을 치켜세우고 화답해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