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라이언 미국 하원의장이 대규모 감세의 효과를 홍보하면서 주급 1달러50센트(약 1600원)가 늘었다는 봉급 생활자를 소개했다가 비난 여론에 된통 당했다.
<시엔엔>(CNN)은 라이언 의장이 3일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한 공립학교 직원 얘기를 담은 기사를 리트위트하면서 “급료가 1주일에 1.5달러 늘었다니 기쁘고 놀랍다”고 했다가 몇 시간 만에 글을 지웠다고 보도했다. 리트위트한 기사는 봉급 생활자들이 감세 효과를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의 <에이피>(AP) 통신 기사다. 이 기사에서 랭커스터 공립학교 비서직 직원은 주급이 1달러50센트 늘어 연간 78달러를 더 받기 때문에 코스트코 회원권 비용을 대고도 남을 수준이라고 말했다. 라이언 의장은 “코스트코 연간 회원권 비용을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며 30여년 만의 대규모 감세 효과를 자랑했다.
그러나 ‘기껏 1달러50센트를 올려주려고 대규모 감세에 나섰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폴 라이언은 공화당 감세안은 시민들의 희생으로 기업들과 상위 1%에게 선물을 안겨준다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뻔뻔한 인정을 담은 트위트를 삭제했다”고 비판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라이언 의장의 위스콘신 선거구에 도전장을 던진 민주당의 랜디 브라이스는 “라이언은 그가 얼마나 감이 떨어지는지 우리가 말해주자 트위트를 지웠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키이스 엘리슨은 “미국인 수백만명을 상대로 사기를 친 웰스파고은행은 (감세로) 34억달러를 번다”고 트위터에 썼다.
비난에 화력을 더한 것은 라이언 의장이 감세안 통과 직후 공화당을 후원하는 큰손인 찰스 코크한테 정치자금 50만달러(약 5억4천만원)를 받은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연설문 담당자였던 존 패브로는 “법인세 1조달러를 깎아주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받은 선거 후원금 50만달러는 코스트코 점포 하나를 살 수준”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라이언 의장이 감세 효과 사례로 소개한 학교 직원 줄리아 케첨은 기사에는 수백배를 더 받는 이들도 나와 있는데 하필 자기 사례를 소개한 게 “아주 놀랍다”며 “(라이언 의장이) 기사를 전부 읽지는 않은 것 같다”고 <시비에스>(CBS)에 말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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