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네스 메모’를 작성한 미국 하원 정보위원장 데빈 누네스(가운데) 공화당 의원이 지난 30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마이크 코너웨이 의원(왼쪽) 및 크리스 스튜어트 의원(오른쪽)과 함께 공화당 회의에 참석하려고 걸어가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기밀을 담은 ‘누네스 메모’를 공개하며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를 해임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법무부와 미국 시민 20여만명이 ‘뮬러 지키기’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 등은 3일 미국 법무부가 법원에 “뮬러 특검의 수사와 기소는 완전히 합법적”이라며 폴 매너포트의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돈세탁 등 12개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 출신 매너포트가 “뮬러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권한을 넘어 수사를 하고 있다”며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조처다.
진보적 정치단체 무브온이 뮬러 특검 해임에 대비해 신속한 거리 시위를 추진하려고 진행한 서명운동에도 2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서명에 참여자들은 특검 해임 시 몇시간 내로 집회 장소와 시간이 담긴 메시지를 받게 된다.
법무부와 시민들이 뮬러 지키기에 나선 것은 트럼프가 특검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뮬러를 해임시키려고 전날 누네스 메모 공개를 승인했다는 분석과도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이 메모는 완전히 트럼프의 혐의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며 “공모나 사법방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지난해 6월21일 미국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에서 상원 브리핑을 마친 뒤 떠나는 모습.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을 임명하고 백악관과 상의 없이 특검 수사를 결정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 경질 가능성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 공개에 공식적으로 반대한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사퇴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하원 정보위원회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한 연방수사국의 편향성을 비판하는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의 메모를 공개했다. 연방수사국이 트럼프 캠프 외교고문인 카터 페이지에 대한 감시 영장을 신청하면서, 민주당이 자금을 댄 영국의 전직 첩보원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한 보고서에서 나온 잘못된 정보를 사용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면조사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수사를 무력화하는 데 메모를 활용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 쪽이 사주한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수사가 진행됐고, 이 내용이 특검 수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수사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히는 방식이다. <액시오스> 조사 결과, 공화당원의 38%(민주당 64%)만이 연방수사국 조사를 신뢰한다고 응답해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이 여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누네스 메모가 부정확할 뿐더러, 핵심 수사기관이자 통상 공화당과 더 가까운 연방수사국의 수사 능력을 망가뜨려 장기적으로는 공화당에도 해가 되리란 지적도 나온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2일 “우리가 계속 법치를 훼손하면 우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을 돕는 셈”이라며 메모 공개를 우려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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