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주말을 보낸 뒤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길에 메릴랜드주 앤드류 공군기지에서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수사가 도널드 트럼프 진영에 불리하게 진행됐다는 내용의 하원 정보위원회 비밀 문건인 ‘누네스 메모’ 공개가 로버트 뮬러 특검의 거취를 둘러싼 힘겨루기로 비화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 내에서도 이 메모가 뮬러 특검의 거취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메모의 공개에 찬성했던 하원 정보위의 트레이 가우디 등 공화당 소속 의원 4명은 4일 연방수사국(FBI)이 감시 영장을 부당하게 발부받았다는 이 메모의 비판이 특검의 정당성을 해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이 메모 작성을 돕기도 한 가우디 의원은 <시비에스>(CBS)와의 인터뷰에서 “메모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어떠한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을 해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스튜어트 의원도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솔직히, 이 메모는 특검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뮬러 특검은 자신의 일을 마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모 공개를 주도한 하원 정보위의 공화당 의원들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이 메모를 핑계 삼아 특검 해임까지 밀고가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건 공개 하루 만에 트위터에서 “메모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트럼프’의 혐의를 완전히 벗겨준다. 공모는 없었고 사법방해도 없었다”며 “러시아 마녀 사냥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뮬러 특검을 임명한 로즌스타인 부장관을 비판하면서, 연방수사국도 민주당 편향의 수사를 했다고 비난해왔다.
돈세탁 등 12개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된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 출신 폴 매너포트도 최근 “뮬러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권한을 넘어 수사를 하고 있다”며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무부는 3일 법원에 “특검의 수사와 기소는 완전히 합법적”이라며 매너포트의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이 메모가 트럼프 대통령의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며, 수사와 관련해 민주당 주도로 작성한 메모 공개도 추진하고 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는 이날 <에이비시>(ABC)와의 인터뷰에서 누네스 메모 공개의 “목적은 연방수사국을 흔들고 신뢰를 깍아내리려는 것이고, 특검의 신뢰도 깍아내리려는 대통령의 시도를 부추기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에 맞서 민주당 차원에서 작성된 러시아 스캔들 수사 관련 문건 공개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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