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의원 1명 반기에 또 ‘셧다운’…예산안 상원 간신히 통과

8일 자정까지 예산안 통과 실패
공화 랜드 폴 의원 필리버스터로 반기
공화당 작은정부, 균형예산 이념도 위기
우여곡절 속 새벽 표결로 상원 통과
반대파 포진한 하원 통과 여부 미지수

랜드 폴 미국 상원의원이 7일 자정으로 만료되는 임시예산안을 대체하는 새로운 예산안 투표에 반대하는 연설을 마친 뒤 자신의 사무실로 걸어가고 있다. 폴 의원의 이날 연설로 새로운 예산안이 통과되지 못해, 미 정부는 다시 셧다운에 들어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가 여당인 공화당 상원의원 한 명의 ‘반란’으로 다시 셧다운(부분적 업무 정지)됐다. 임시예산 편성으로 셧다운을 끝낸 지 불과 3주 만으로, 상원은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표결에 이어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하원이라는 문턱이 남아 있다.

미국 의회가 8일 자정(현지시각)에 만료된 임시예산안을 대체하는 새로운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연방정부가 다시 셧다운에 들어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상원의 공화·민주당 지도부는 앞서 합의한 예산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랜드 폴 공화당 의원이 필리버스터 연설에 나서 투표를 하지 못했다.

정부 권한 축소와 개인의 절대적 자유를 옹호하는 ‘리버타리안’인 폴 의원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적자 예산에 반대해 놓고서는 어떻게 공화당의 적자 예산을 찬성할 수 있냐”며 표결을 연기시켰다. 셧다운이 진행되면 군대와 일부 필수 업무를 제외한 연방정부의 기능이 정지된다.

상원은 폴 의원의 ‘방해’에 9일 0시1분까지 휴회했다가 새벽에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표결을 73 대 26으로 통과시켰다. 이어 71 대 28로 예산안을 가결했다.

상원 예산안은 9월30일에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를 포함해 2년간 국방비 등의 지출 상한을 3000억달러(약 327조원) 늘리는 게 뼈대다. 부채 상한 증액과, 지난해 발생한 허리케인과 산불 피해에 쓸 900억달러도 들어 있다. 상원 안은 일단 6주간의 임시예산을 편성하고 추후 구체적 예산안을 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원 안을 적용하면 내년에 재정 적자는 1조1500억달러(약 1255조원)까지 불게 된다. 2017회계연도(6660억달러)와 비교하면 폭증일 수밖에 없다. 폴 의원은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공화당의 이념을 저버린 것이라며 반기를 든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10년간 1조5000억달러의 세금을 깎는 감세까지 실행에 들어갔기에 재정 부실화 우려가 커졌다.

공은 곧바로 하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지난해 9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한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프로그램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며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하는 상황이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 등 하원의 공화당 강경 보수 의원들도 상원 안을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프리덤 코커스’ 회장인 짐 조던 의원은 이 예산안을 “흉물 덩어리”라고 비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