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여당인 공화당 상원의원 한 명의 ‘반란’으로 다시 셧다운에 빠졌다가 새벽까지 이어진 상·하원 표결로 정상화됐다.
미국 상원과 하원은 9일 새벽 각각 71 대 28, 240 대 186으로 4000억달러(약 435조원) 규모의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의회는 앞으로 6주간 구체적 예산안에 대한 추가 협상을 해 예산을 확정해야 한다.
예산안 통과 전까지 연방정부는 6시간가량 셧다운(군대와 긴급 업무를 제외한 부분적 업무 정지)에 빠졌다. 애초 8일 자정이 예산안 통과 시한이었으나 공화당의 랜드 폴 의원이 돌연 필리버스터에 나서면서 셧다운에 빠진 것이다. 정부 권한 축소와 개인의 절대적 자유를 옹호하는 ‘리버타리안’인 폴 의원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적자 예산에 반대해 놓고서는 어떻게 공화당의 적자 예산을 찬성할 수 있냐”며 표결을 연기시켰다.
상원은 폴 의원의 ‘방해’에 9일 0시1분까지 휴회했다가 필리버스터를 끝내는 표결을 73 대 26으로 통과시켰다. 이어 예산안을 가결해 하원으로 보냈다. 만약 하원이 거부하면 연방정부는 3주 전에도 경험한 셧다운이 장기화될 위기에 처했지만 일과 시간이 되기 전에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 공화·민주당 지도부가 합의한 예산안은 9월30일에 끝나는 이번 회계연도를 포함해 2년간 국방비 등의 지출 상한을 3000억달러(약 327조원) 늘리는 게 뼈대다. 부채 상한 증액도 들어 있다. 이를 적용하면 내년에 재정 적자는 1조1500억달러(약 1255조원)까지 불게 된다. 2017회계연도(6660억달러)와 비교하면 폭증일 수밖에 없다. 폴 의원은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공화당의 이념을 저버린 것이라며 반기를 든 것이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10년간 1조5000억달러의 세금을 깎는 감세까지 실행에 들어갔기에 재정 부실화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폐지한 ‘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DACA) 프로그램도 예산안 통과의 불투명성을 높인 요인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7일 180만명을 추방 위기로 몰아넣은 이 조처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찬성할 수 없다며 8시간이 넘는 최장 하원 연설 기록을 세웠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이번에 대부분 반대표를 던졌다. 임시 예산안의 시효인 6주 뒤에 셧다운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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