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지방정부 인프라 담당자들을 초청해 대규모 인프라 확충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 및 국방비 대폭 증액, 비국방 예산 삭감을 뼈대로 한 2019 회계연도 연방정부 예산 제안서를 12일 의회에 제출했다.
의회 전문지 <더 힐>과 백악관의 예산안 등을 보면, 청사진 성격의 제안서에 포함된 인프라 예산을 10년간 모두 1조5천억달러(약 1627조원)를 조성하기로 했다. 낡은 도로·교량·공항의 개·보수와 신축, 농촌 인프라, 식수 및 폐수 시스템 개선에 쓸 돈이다.
인프라 투자는 지난해 12월 의회를 통과한 세제 감면안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중간선거 홍보 상품으로 꼽힌다.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하원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재원 마련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마중물 성격의 연방 예산은 2000억달러로, 나머지는 주정부 예산과 민간 투자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또 연방 예산 가운데 절반가량만 주·지방 정부의 인프라 투자 유도를 위한 당근책으로 사용된다. 주·지방 정부의 2016년 기준 총부채가 이미 3조2000억달러로, 지방채 발행을 통한 인프라 투자는 이미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많다.
게다가 미국은 민간 투자에 대한 최저운영수익률 보장이 없어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 자본을 대거 유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의 한 통상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인프라 투자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2019년 회계연도 예산안은 아직 의회에 계류 중인 2018년도 예산안보다 5.6% 늘어난 4조4000억달러(약 4772조원)로 잡혔다. 특히 이 가운데 국방예산은 직전 회계연도보다 740억달러(13%)나 늘어난 6860억달러로, 2011년 이래 가장 많은 액수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백악관은 예산안 제안서에서 “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승리를 준비하는 것”이라며 “이번 예산안은 힘을 통해 평화를 증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및 이란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근거로 미사일방어청(MDA) 예산을 26%나 늘어난 99억달러를 요구했다. 미사일방어청은 현재 44기인 지상 기반 요격미사일을 2023년까지 64기로 늘려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 기지에 배치하고, 해상 기반 이지스 요격 체계 강화 등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재무부 테러·금융정보국 예산도 3600만달러 늘어난 1억5900만달러를 책정해 북한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는 등의 임무에 쓸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백악관은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비로 2년간 180억달러 배정을 요구하는 등 대선 공약 이행 및 중간선거용 예산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했다. 하지만 국무부(26%)와 환경보호청(34%)을 비롯한 비국방 분야 부처와 기관 예산은 대폭 삭감했으며, 저소득층 및 노인층 주거와 의료 지원 혜택도 축소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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