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의 무역확장법 제232조 적용에 따른 철강·알루미늄 수입 규제안에 대해 미국 업계에서도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자동차, 건설, 가전, 방위산업체 등 연계 산업에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는 결국 경쟁력 약화나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미국 200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된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상무부의 수입 규제 권고안이 나온 직후인 지난 16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상무부의 권고안이 실행되면 미국 수출 업체에 대한 외국의 보복을 부를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미국이 제232조를 활용하면 다른 국가들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대담하게 미국 재화와 서비스가 자국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제한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32조에 따른 조처를 취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은 전미제조업협회,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영향력이 큰 로비단체로 꼽힌다.
지엠(GM)과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미국자동차산업정책위원회도 같은 날 맷 블런트 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상무부의) 제안들이 가져올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블런트 회장은 “특히 상무부의 제안은 미국 내 철강 및 알루미늄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 자동차업체들이 지불하는 가격과 비교할 때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불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생산 비용의 25%가 철강과 연동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산 자동차 생산 원가가 급등할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맥주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맥주연구소’의 짐 맥그리비 회장도 성명을 통해 “맥주 캔에 사용하는 알루미늄은 국가 안보 위협이 아니다”라며, 알루미늄 수입 규제를 국가 안보 침해에 따른 조처라는 상무부 보고서를 꼬집었다. 맥그리비 회장은 “연간 생산되는 맥주의 절반 이상이 알루미늄 캔 등으로 포장된다”며 “알루미늄은 미국 맥주산업의 복지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명 발표 등 눈에 띄는 ‘공개적인 저항’은 보이지 않지만, 철강·알루미늄 수입 규제가 이뤄질 경우 방위산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을 것이 확실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20일 사설을 통해 “방위산업체들은 미국산 철강을 겨우 3%만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철강·알루미늄 가격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 들어 크게 증가한 국방비의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일 사설을 통해 “오늘날 미국 철강 노동자는 14만명이지만, 철강을 소비하는 다른 산업 분야 노동자는 이보다 16배 많다”며 ‘관세 폭탄’이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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