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총기난사 사건으로 17명의 학생이 숨진 플로리다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학생들이 20일 주도 탤러해시의 주의회에서 총기 규제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탤러해시/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반자동 총기를 자동화기처럼 발사되도록 하는 장치인 ‘범프 스톡’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하도록 법무부에 지시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이렇게 지시하면서 “법무장관에게 합법적 무기를 기관총으로 바꿔주는 모든 장치를 금지하는 규제를 마련하도록 행정각서에 이미 서명했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범프 스톡은 반자동 소총에 부착해 1분당 발사 속도를 400~800발로 올리게 만드는 장치다. 지난해 10월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의 범인이 이를 사용했다.
총기 옹호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 관련 규제를 직접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4일 17명의 학생이 희생된 플로리다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생존 학생들이 총기 규제 강화를 호소하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 변화를 만들어낸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여론 무마용 카드를 꺼냈을 뿐 실효성 있는 총기 규제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강하다. 지난해 대선에서 그에게 3000만달러를 지원한 전미총기협회(NRA)도 범프 스톡 규제에 찬성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시사한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 강화도 전미총기협회가 이미 찬성한 내용이다.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이후에도 범프 스톡 금지 법안이 나왔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생존 학생들의 총기 규제 요구 캠페인은 계속되고 있다. 마저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학생 100여명은 20일 버스에 타고 7시간 넘게 걸리는 플로리아주 주도 탤러해시에 도착해 주의회에 총기 규제를 호소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주하원은 이날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공격용 소총 금지 법안을 심의해달라는 청원을 부결시켰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학생들을 지지하는 여론은 확산되고 있다. 배우 조지 클루니와 변호사인 부인 아말은 이날 생존 학생들이 3월24일 워싱턴에서 총기 규제 행진을 하기로 한 것을 지원하기 위해 50만달러를 기부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오프라 윈프리도 각각 50만달러씩 기부한다고 밝혔다. 20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털뉴스 여론조사에서 77%가 공화당 주도의 의회가 총기난사를 막기 위한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보수주의자들은 학생들이 좌파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펴며 학생들의 ‘순수성’을 문제 삼고 있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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