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겨울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하는 북한 대표단을 이끄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의 방남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일단 ‘달갑지는 않지만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한 질문을 받고 “김정은의 여동생(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다른 북한 인사들이 올림픽 개막식에 왔을 때 했던 것처럼 한국과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 이것도 그 범주에 속한다”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 문제에서 우리의 역할은 한국과 긴밀한 파트너이자 동맹으로 함께 일하는 것이며, 안전하고 훌륭하며 성공적인 올림픽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김여정 제1부부장처럼 미국의 독자 대상으로 지정된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서도 ‘성공적인 올림픽’과 동맹인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만 나워트 대변인은 “그가 (천안함) 기념관에 가서 그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을 볼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며 불편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 기조연설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을 향해 “지구 상에서 가장 폭군적이고 억압적인 정권의 중심 기둥”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펜스 부통령은 “모든 언론이 북한 독재자의 여동생에게 아첨하고 있다. 그가 누구인지,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든 미국인이 알아야 한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어 “김정은의 누이는 2500만 주민을 잔인하게 다루고, 굴복시키고, 굶주리게 하고, 투옥한 사악한 가족 패거리의 일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내가 북한 사람들과 함께 서서 응원했어야 했다고 생각하는 언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국은 살인적인 독재 정권과 함께하지 않으며 맞서고 있다는 것”이라며 박수를 유도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며 “우리는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것을 멈출 때까지, 즉 핵·탄도미사일을 완전히 폐기할 때까지 단호함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그의 방한 시 북-미 대화 무산과, 결례라는 지적을 받은 행동에 대해 안팎의 비난에 직면하자 지지층을 향해 ‘변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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