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힉스 백악관 공보국장이 지난 27일 하원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들어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최장 기간 그를 보좌해온 호프 힉스(29) 백악관 공보국장이 사임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격과 성향을 이해하고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트럼프 사람’으로 꼽혀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힉스는 3년간 훌륭한 일을 해냈다. 영리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라며 “그를 완전히 이해한다. 앞으로 다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힉스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수사 중인 ‘러시아 게이트’의 주요 참고인으로, 전날까지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8시간 동안 비공개 증언을 해 사임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청문회에서 “직무 수행 중 선의의 거짓말도 필요했지만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수사와 관련해선 거짓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사임이 정보위 출석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가 멀다 하고 거짓말을 한 것에 일조했다는 것을 힉스가 인정한 발언이라고 풀이했다.
힉스는 지난해 7월 앤서니 스캐러무치가 열흘 만에 물러난 뒤 국장대리로 일하다 9월에 국장으로 임명됐다. 모델 출신으로 트럼프그룹에서 일하며 큰딸 이방카 트럼프와 각별해졌고, 2016년 대선캠프 언론 담당 보좌관이 됐다. 백악관에서 그의 역할은 트럼프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국내 정치와 외교 정책, 미디어 전략, 내각 관리 등 다방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대통령의 수양딸’로 보인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문고리 권력’으로 비서실장을 통하지 않고 대통령과 상대해 비서실장보다 막강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통제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인 힉스의 사임은 백악관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시엔엔>(CNN) 방송은 힉스가 최근 롭 포터 전 선임비서관의 가정폭력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사임을 심각하게 고려해왔다고 밝혔다. 당시 영국 <데일리 메일>은 힉스와 포터가 연인 사이라며 함께 있는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들, 특히 이방카-쿠슈너 부부와 연결된 인물들이 줄줄이 사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내상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날에는 이방카 부부의 언론 창구인 조시 라펠 보좌관이 물러날 뜻을 밝혔다. 큰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친구이자 정책보좌관이던 리드 코디시도 지난달 15일 직을 내려놨다. 지난해 말엔 이방카 부부의 조언자이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디나 파월이 사퇴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들의 부재로 트럼프 대통령과 이방카 부부는 불확실하고 격동적인 해를 맞게 될 것”이라고 했다.
쿠슈너 선임고문과 그의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가 뉴욕 금융감독청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 통신은 도이체방크, 시그니처뱅크, 커뮤니티뱅크 등이 금융감독청으로부터 쿠슈너 컴퍼니와 체결한 신용, 대출, 보증 등 금융 약정 관련 거래 자료를 제출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뉴욕 타임스>는 사모펀드 아폴로와 시티그룹이 지난해 쿠슈너 컴퍼니의 부동산 사업에 거액을 대출해준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아폴로가 1억8400만달러(약 1992억원), 시티그룹이 3억2500만달러(약 3518억원)를 빌려줬다고 했다. 쿠슈너 선임고문은 앞서 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등을 백악관에서 수차례 만나 정부 인프라, 재무, 무역 정책을 논의했다. 이후 대규모 자금이 이동했다는 사실에 직권을 남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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