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열린 철강 알루미늄 관세 관련 회의에 참석해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기로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괄 관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특정 국가에 면제 혜택을 주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이 4일(현지시각)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한국 등 일부 동맹국에 이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고율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지만 이번에도 ‘트럼프식’으로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로스 장관은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정상들에게 관세 인상 계획에 대해 말한 것으로 안다”며 “결정은 그의 것이며, 나는 그가 특별 면제를 언급하는 것을 아직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도 <시엔엔>(CNN) 방송에 “사업을 진전시키기 위해 면제가 필요한 특정 경우에선 면제 절차가 진행될 것이지만, 현재로선 제외되는 국가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로스 장관은 여론을 의식한듯, 이어진 <엔비시>(N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량권을 행사해 기존 결정을 조정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한 철강·알루미늄 수입의 안보 영향 조사 결과를 토대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에 “우리는 거의 모든 무역 거래에서 지고 있다”며 “우리의 친구와 적은 수년간 미국의 혜택을 받았다. 우리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은 죽었다. 미안하지만 변할 때다. 미국을 더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 행보에 안팎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조슈아 볼턴 전 백악관 비서실장은 “무역 전쟁에선 이기는 자가 없다. 특히 이런 세계화 시기엔 그렇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전쟁은 이기기 쉽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우리가 유럽과 싸울 때 중국이 이긴다”며 “중국을 곤경에서 꺼내주면서 미국 소비자와 동맹국을 벌주고 있다.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이 보복을 공언한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해 깊은 우려를 제기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밝혔다. 유럽연합은 피해가 예상되는 일본, 캐나다, 브라질, 터키 등과 대응 방안을 긴밀히 논의 중이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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