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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와 성관계’ 포르노 배우 “비밀 유지 계약은 무효” 소송

등록 2018-03-07 15:23수정 2018-03-07 16:31

“트럼프나 변호인 서명 안 해 효력 없어”
“대선 12일 앞두고 입막음하려고 송금”
공개된 계약서에는 양쪽 가명으로 표기
트럼프, 선거법 위반 의혹까지 나와 곤혹
스테파니 클리포드.
스테파니 클리포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성관계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39·예명 스토미 대니얼스)가 비밀 유지 계약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돈은 필요 없으니 마음대로 말하겠다는 취지여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골치가 아프게 생겼다.

클리포드는 로스앤젤레스 법원에 낸 계약 무효 확인 소송에서 ‘대선 직전인 2016년 10월에 내 변호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가 체결한 비밀 유지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엔비시>(NBC) 방송이 6일 보도했다.

당시 양쪽은 클리포드가 2006년에 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성관계를 발설하지 않는 조건으로 13만달러(약 1억3900만원)를 받기로 합의했다. 돈은 대선 12일 전인 그해 10월27일에 송금됐다. 그보다 열흘 전에는 클리포드의 변호인이 약속된 돈이 오지 않았다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통보하는 이메일을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마이클 코언에게 보냈다.

클리포드는 소장에서 “트럼프는 코언의 조력을 받아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하려고 공격적으로 시도했으며, 이는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초 둘의 성관계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코언이 “협박과 강제적 책략”을 이용해 성관계 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성명에 서명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클리포드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계약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려고 일부러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클리포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인 코언 역시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밀 유지 계약은 효력이 없다며, 법원이 이를 확인해달라고 했다.

클리포드는 코언이 송금 사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고 ‘클리포드’라는 유령 회사를 만들어 그 계좌를 통해 돈을 보냈다고 밝혔다. “나중에 트럼프가 연루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거나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을 어렵게” 만들려는 조처였다는 것이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는 선거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 쪽이 현금을 건넨 것은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고발도 제기된 상태다.

이번 소송을 통해 양쪽이 가명을 사용해 작성한 계약서 내용도 공개됐다. 클리포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비드 데니슨’, 자신은 ‘페기 피터슨’으로 계약서에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피터슨’은 서명을 했지만 ‘데니슨’의 서명란은 비워져 있다. 부속 서류에는 가명으로 표기한 이들의 실제 신원이 적혀 있는데, ‘데니슨’에 대한 것은 지워져 있다. 클리포드는 2006년 네바다주 타호 호수 근처 호텔에서 시작된 트럼프와의 관계는 이듬해까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클리포드가 공개한 계약서의 서명란. 클리포드는 자신의 가명인 ‘페기 피터슨’에는 서명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명인 ‘데이비드 데니슨’의 서명란은 비어 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NBC
클리포드가 공개한 계약서의 서명란. 클리포드는 자신의 가명인 ‘페기 피터슨’에는 서명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명인 ‘데이비드 데니슨’의 서명란은 비어 있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NBC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과 클리포드의 성관계 및 돈 지급 문제가 보도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오랫동안 일해온 코언의 설명이 거듭 바뀌면서 의혹은 커졌다. 코언은 처음에는 허위 보도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기 돈으로 줬다며, 트럼프 대통령 쪽은 비밀 유지 계약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도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로 타격을 입었다. 이 신문은 코언이 친구들한테 트럼프 대통령이 13만달러를 아직 자기한테 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고 보도했다. 비밀 유지 계약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신문은 코언이 클리포드한테 송금할 때 이용한 은행이 이를 수상한 거래로 여겨 재무부에 보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민주당과 연결되는 인물이라서 사건의 정치적 폭발력이 커질 가능성도 떠오른다. 클리포드의 변호인인 마이클 애버내티는 민주당 정치인들을 후원해 왔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현 시카고 시장이 운영하던 정치 컨설팅 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 애버내티는 “어떤 연방대법관은 ‘햇빛이 최고의 살균제’라고 했다. 이 사건에 최대한의 햇빛이 비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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