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대담한 외교적 제안”
월스트리트저널 “60년 대결의 전환점”
일부 전문가들, 트럼프의 준비 부족 지적
월스트리트저널 “60년 대결의 전환점”
일부 전문가들, 트럼프의 준비 부족 지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오는 5월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다고 한 소식은 미국 조야를 강타했다. 미국 언론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회담 제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재빠른 수락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돌출적 방식으로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보였다.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일부 유보적인 반응도 보였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하원 외교위원장인 에드 로이스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제안이 핵 프로그램 작동을 위한 시간 벌기용 시도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코커 공화당 의원은 “이런 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회의와 신중함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표 직후 “김정은이 회담을 제의하고, 트럼프가 수락했다”는 긴급뉴스를 전하면서, “전쟁의 위협을 주고받던 강력한 의지의 두 지도자를 회동시키는 대담한 외교적 제안”이라고 평했다.
북한을 수차례 방문하고 북-미 대화를 촉구해온 이 신문의 니컬러스 크리스토퍼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도박’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긍정적 의미의) 충격”이라면서도 “위험한 도박이고 나쁜 생각이라고도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해온 자신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정상회담을 하는 적절한 방법은 신중한 준비를 하고 평화를 진전시키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미국과 북한 사이에 길을 내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며 “미-북 양쪽은 탱크(tanks)보다는 대화(talks)로 길을 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보수적 시각의 <월스트리트 저널>은 “정상회담은 60년 넘는 북한과의 대결 뒤의 잠재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실무 관리들 사이의 광범위한 준비 회동이 없이 예정된 (정상 사이의) 직접 대면 회동은 이례적이라고 미국 관리들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이들은 김정은이 독특한 전체주의 정권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회담은 합당하며, 트럼프 역시 협상가로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 발표에 미국 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혼란스러운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야망을 포기했다는 표명이 없는 상태에서 김 위원장과 북한의 입장만 정당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다. 조지 부시 행정부 때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한 마이클 그린은 “북한이 제재를 둔화시키고 핵무기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얻으려 한다고 믿을 만한 많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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