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치러진 펜실베이니아주 연방하원 18번 선거구 특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공화당 후보를 꺾고 승리한 코너 램 민주당 후보가 지지자들 앞에 서 있다. 캐논스버그/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러스트벨트’ 지역에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겨냥해 국내외 반대를 무릅쓰고 철강·알루미늄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총공세를 취했는데도 패배해 국정 장악력이 더욱 흔들리게 됐다.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남서부 연방하원 18번 선거구에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코너 램 민주당 후보가 접전 끝에 릭 새컨 공화당 후보에 신승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램 후보는 부재자투표를 제외한 개표에서 627표 차이로 승리를 확정했다. 이 선거구의 부재자투표 수는 500여표여서, 램 후보가 부재자투표를 모두 잃는다 해도 결과가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램 후보는 49.9%, 새컨 후보는 49.5%를 득표했다.
이 선거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약 20%포인트 차이로 압승한 곳이다. 민주당이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후보조차 내지 않은 곳이다. 철강 등 미국의 대표적 쇠락 산업 지대로, 비도시 지역의 중하류 백인층 등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의식해 최근 백악관에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을 초대해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공화당이 핵심 지지 기반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도 패배하면서 11월 중간선거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철강 산업의 중심 도시인 피츠버그 인근에 있는 이 선거구는 전형적 러스트벨트 지대로, 이번 선거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가 미국 전역에서 하락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빨간불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말 앨라배마주 연방상원 보궐선거 패배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남부 표심의 이반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번 패배는 내륙 러스트벨트의 표심마저 떠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공화당의 후원 단체들도 선거자금 1400만달러(약 149억원)를 살포하며 지역을 누볐다. 램 민주당 후보의 후원 단체들이 쓴 자금은 200만달러에 불과하다.
공화당은 재검표를 요구하겠다면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선거자금 모금에서 압도한 이번 선거의 패배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잠을 깨우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특히 공화당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선거 전략의 딜레마를 경고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패배의 주요 원인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전반적 혐오에 있지만, 새컨 후보가 접전을 치를 수 있던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공화당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선거 전략 중추로 내세울 수도 없지만, 그 지지자들이 동원되지 않으면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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